2021년 12월 10일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헤네핀 카운티 의료센터에서 원목자가 코로나19 환자의 병실에서 기도하고 있다. AP/뉴시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봉쇄 조치와 의료 체계 마비로 고소득 7개국에서 약 5만 5000건의 암 진단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리옹에 있는 국제암연구소(IARC) 연구진은 의학 학술지 ‘란셋 온콜로지’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20년 4월부터 12월 사이 고소득 7개국(호주, 캐나다, 덴마크, 아일랜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영국 등)의 18개 관할 구역 내 환자 26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해당 기간의 암 진단 건수를 팬데믹 이전 추세와 비교했다. 그 결과 7개국에서 예상된 암 진단 건수의 약 16%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 감소 폭이 가장 컸던 질환은 전립선암으로 예상치보다 24% 감소했다. 그 뒤를 이은 것은 여성 유방암과 흑색종으로, 각각 18% 줄어들었다.
반면 폐암과 난소암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했다. 연구진은 두 암이 흔히 말기 단계에서 진단되는 암으로, 사실상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할 만큼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초기 대응’이 암 진단율 갈랐다
국가 간 차이도 상당했다. 팬데믹 초기 강력한 국경 봉쇄 조치를 실시했던 호주와 뉴질랜드는 진단율이 이전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반면 초기 대응을 놓친 영국과 아일랜드는 전립선암 진단율이 예측 대비 각각 54%, 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진단율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더딘 회복세를 보였다.
● “병원 갔다 감염될까”…기피 심리도 작용
직접적인 원인은 봉쇄 조치로 인한 의료 서비스 접근 제한이다. 일부 병원이 코로나19만 전담하는 병원으로 전환되며 암 검진 체계가 완전히 마비됐다는 것이다. 실제 진단율 감소분에는 기존 체제대로라면 정기 검사를 통해 발견될 수 있었던 사례들도 포함돼 있었다.
심리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연구진은 암 진단율이 감소한 원인으로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 코로나19의 감염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감염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병원 방문을 꺼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팬데믹 시기 놓쳐버린 암 진단의 장기적인 영향은 가늠할 수 없다”며 “향후 몇 년 동안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암연구소 암감시과 부과장이자 이번 연구에 참여한 이자벨 수르조마타람은 ”일부 의료 체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압박을 더 잘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면, 향후 위기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