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베트남 전쟁’ 재조명
군사 개입이 부른 국가적 재앙
◇베트남 전쟁/제프리 와우로 지음·이재만 옮김/864쪽·4만8000원·책과함께
군사 사학계의 대표적인 석학인 저자는 왜 이미 끝난 지 50년도 넘은 이 전쟁을 다시 끄집어 냈을까. 학술적 연구는 물론이고,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툰’,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굿모닝 베트남’, TV 드라마 ‘머나먼 정글’ 등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 숱하게 다뤄져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 전쟁을.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다. 분명 보고 있는 내용은 베트남 전쟁인데, 머리에선 계속해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떠오르니 말이다. 그것은 저자가 베트남 전쟁을 통해 던진 이 질문이 지금 세상에도 적용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국은 실패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멈추지 못했는가?’
“케네디도 존슨도 승리하는 전략, 군사작전을 통해 적절한 정치적 결과를 얻는 모종의 방법을 궁리해 내지 못했다. 두 대통령은 자유로운 남베트남을 만들어내기 위해 싸운다고 이야기했지만, 남베트남 국가가 가망 없이 부패하고 분열된 상태임을 알고 있었다. … 사이공 정부보다 베트콩 공산 세력을 더 두려워하고 존중한 남베트남의 환경에서 미국은 실행 가능한 전략, 전쟁에서 평화로 넘어가는 방도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미국도 러시아도 같은 상태가 아닐까.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벌써 4년이 지나고 있다. 올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자신들도 모르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안이한 생각으로 시작한 베트남 전쟁(1955∼1975년·미국의 직접적 군사 개입은 1965∼1973년)은 끝내는 법을 몰랐던 지도자와 패배를 인정할 수 없는 정치 상황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끝났다고 말한다. 혹자는 ‘설마’ 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2030년대 어느 날쯤 ‘미국, 마침내 호르무즈 해협에서 철수’라는 뉴스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베트남 전쟁 역시 시작할 때 그렇게 오래갈 거라고 생각한 미국 지도층과 국민은 없었을 것이다.
베트남전 당시의 상황은 현재와 닮은 부분이 여러모로 많아 보인다. 베트남 전쟁 초기 커티스 르메이 미 공군 참모총장(1906∼1990)은 “우리는 그들(베트콩)을 석기시대로 폭격해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2, 3주에 걸쳐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해 석기시대로 돌려보내겠다”라는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과 너무 닮지 않았나? 우연의 일치일까.
저자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과 자기기만, 맹목적인 군사 개입이 어떻게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졌는지 경고한다. 50년 전 베트남전에서 재앙은 미국 한 나라에 그쳤지만, 지금은 세계가 모두 고통을 겪고 있다. 시간이 더 지날수록 고통은 재앙으로 변할 것이다. 그게 저자가 8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쓴 이유로 보인다. 부제 ‘미국은 왜 실패할 전쟁에 빠져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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