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102곳 업무보고… 통폐합 시사
“연구직보다 연구 안하는 인력 많아
교통 사망자수 왜 모르나” 지적도
모든 부처에 ‘국가정상화 TF’ 설치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국가 운명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국민적 시각에서 보면 굳이 독립된 기관으로 나눠 가지고 관리를 꼭 해야 되나 싶은 조직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 효율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통폐합과 인력 조정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정부 부처 소속 공무원에 대해선 “필요한 업무가 있으면 조직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李 “기관마다 원장 비서 인력 다 따로”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102개 공공·유관기관에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각종 국책연구기관 등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제외된 기관들을 한꺼번에 부른 것. 이 대통령은 “기관마다 원장도 있고 비서 인력도 있을 텐데 월급 주고 세금 신고하는 것도 다 따로 하지 않냐”며 “비슷한 경우가 많아 같이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분야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연구기관을 보면 큰 곳도 있고 작은 곳도 있는데 보통 30여 명으로 연구 분야별로 연구원이 다 따로 설치돼 있는 것 같다”면서 “조직 자체는 개별 법률에 의한 독립기관인데, 출연연(정부 출연 연구기관)법에 의해 통합 관리하고 있다. (개편을) 연구해 봐야겠다”고 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에 한국개발연구원(KDI), 국토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26개 분야별 국책 연구기관이 있는데 분리해서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기관별 인력 현황을 집중 점검하면서 “연구직보다 연구 안 하는 인력이 많다”면서 “너무 지원 인력이 많다는 생각이 안 드냐.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크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의 지적이 이어지며 이날 업무보고는 당초 예정된 2시간을 넘어 2시간 45분가량 진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 부처와 국회에 의해 법률을 만들어서 만들어진 기관이 상당히 많은 실정”이라며 “기관 통합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 모든 정부 부처에 ‘국가 정상화 TF’ 설치
이 대통령은 “비합리적 비판 때문에 조직을 엉뚱하게 만들어서 국가 예산을 낭비하지 않게 정리해 달라”며 필요한 경우 국책 기관 대신 부처 공무원 숫자를 늘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아프리카 재단 업무에 대해 “공무원 한 명을 늘리는 것은 엄청 어려워서 재단 형태로 (하고 있다)”라고 하자 “우리가 ‘공무원 늘리면 안 돼’라는 강박관념을 뺀다면 (부처 안에) 10명만이라도 (있으면 기관보다) 훨씬 더 일을 잘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이어 “정부 업무가 늘어나고 필요한 업무가 있으면 조직을 늘려야 한다”면서 “나중에 국가 공무원 숫자가 늘어났다고 나를 누군가가 욕할 것이다. 제가 욕먹을 테니 그냥 합리적으로 하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과정에서 국책연구기관장을 상대로 ‘기강 잡기’에 나섰다. 김영찬 교통연구원장이 신호등 없는 생활권 도로 교차로에 신호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건의하면서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3000명이라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경찰청 보고에 따르면) 사망자가 2500명인데, 연구하시는 분이 왜 숫자를 잘 모르냐”고 지적했다. 김 원장이 “약간 강조한다고 과장해 말씀드렸다”고 하자 “과장은 정치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국무총리실은 17일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모든 정부 부처에 ‘국가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서 “일종의 팀을 만들어 ‘비정상의 정상화’ 사업에 대해 부처별 주요 과제를 뽑아 종합해서 (추진)해 보면 어떨지 논의해 보라”고 제안했다.
총리실은 이날 48개 중앙행정기관에 정상화 TF 구성 지침을 전달했다. 총리실 지침에 따라 앞으로 모든 정부 부처는 10인 안팎으로 구성된 TF를 구성하고 5월 초까지 부처별 개선 과제를 선정해 6월 안으로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게 된다.
총리실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 예시로 농지 투기, 포괄 임금제 남용, 사설 구급차를 악용한 불법 택시 영업, 학원비 상한제를 우회하기 위해 고액의 교재비를 받는 꼼수, 공연 관람권 예매에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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