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성경도 꾸란도 꾸짖는다… “자기중심성 벗어나라”

  • 동아일보

현대의 경전 해석은 자기중심적
적힌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행동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
수녀 출신 종교학자인 저자가 본 주요 종교 경전 속의 본질 탐구
◇경전의 탄생(신의 목소리와 인간의 응답)/카렌 암스트롱 지음·정영목 옮김/864쪽·4만2000원·교양인

저자는 수많은 경전에 대한 방대한 연구 끝에 “경전은 신이 직접 준,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가 아니라 인간 역사 속에서 선별되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미국 프린스턴대 파이어스톤 도서관이 소장한 9세기 코란(꾸란) 경전. 동아일보DB
저자는 수많은 경전에 대한 방대한 연구 끝에 “경전은 신이 직접 준,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가 아니라 인간 역사 속에서 선별되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미국 프린스턴대 파이어스톤 도서관이 소장한 9세기 코란(꾸란) 경전. 동아일보DB
남녀 차별이 설마 하나님, 부처님의 뜻일 리가 있을까? 그럼에도 국내(외국도 비슷하다) 개신교 대형 교단 중에는 아직도 여성 목사 안수를 불허하는 곳이 있다. 가톨릭도 여성 사제는 없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도 비구(남자 승려)만 입후보할 수 있다. 국내에서 첫 여성 장군(준장)이 나온 게 25년 전인 2001년이니, 성평등 측면에선 오히려 군대가 나은 셈이다.

여성 목사를 반대하는 이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린도전서 14장 34∼35절)라는 사도 바울의 편지 등을 이유로 든다. 바울의 편지는 고린도 교회 내부 문제를 고치기 위해 쓴 글이라 많은 말이 생략돼 있다. 문맥과 시대 상황을 고려해야 함에도 문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런데 성경(이사야 66장 17절)에 ‘돼지고기를 먹는 이들은 망할 것’이라고 돼 있는데 삼겹살, 돈가스는 즐긴다.

수녀 출신으로 세계적인 종교학자인 저자가 종교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편협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묵직한 돌망치를 던졌다. 보편적인 인간의 상식이나 양심과 달리, 경전을 배제와 폭력을 부추기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쓰는 사람들에게 “경전은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모든 정전(正典·경전 중 공식 인증된 기준 경전) 안에는 문자 그대로 읽으면 편협한 당파주의, 낯선 자에 대한 의심, 우리와 다르게 믿는 자들에 대한 불관용을 지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텍스트들이 있다. 또 그 경전 각각의 안에는 낯선 자와의 친족 의식, 외부자에 대한 감정 이입, 사람들이 증오와 적대의 경계를 넘어 손을 내밀게 하는 용기를 강조하는 텍스트들도 있다. 선택은 우리 몫이다.”(8장 ‘미드라시, 경전의 해석’에서)

저자는 이스라엘 시온주의자들이 모세오경을 내세워 팔레스타인 땅의 소유권과 그들에 대한 적의를 정당화하고, 이슬람 지하드 전사들이 코란(꾸란)에서 테러를 뒷받침하는 듯한 구절을 인용하는 등 ‘협소한’ 경전 해석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신화를 버리고 오직 이성만을 동력으로 삼은 근대인들이 경전의 본질은 잃어버리고, 글자 하나하나에 얽매인 축자적 해석에 매몰됐다는 얘기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은 실로 방대하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지혜 전승부터 기독교 성경, 이슬람 꾸란, 중국의 주역과 논어, 인도의 베다 전통, 유대 탈무드, 불교 법화경 등 주요 종교의 경전을 살피기 위해 그야말로 시간을 종단하고, 대륙을 횡단했다. 그리고 모든 종교의 경전은 결코 문자 속에 얽매인 편협한 교리가 아니고, 시대의 곤경에 응답하며 끊임없이 고치고 새로 써 내려간 ‘늘 현재진행형인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모든 경전은 초월적인 것, 신성과 조화를 이루어 사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하는데 한 가지 면에서는 모두 의견이 같다고 말한다.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교의 ‘인(仁)’과 불교의 ‘자비(慈悲)’, 기독교의 ‘이웃 사랑’, 이슬람의 ‘자카트(자선)’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나타났지만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원제 ‘The lost art of scripture, Rescuing the sacred texts’

#여성 목사#성평등#경전 해석#종교 편협성#고린도전서#종교학자#경전 본질#종교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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