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겪다 숨진 고 김동희 군(당시 만 4세) 사건과 관련해 병원들이 유족에게 수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5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김 군의 유족이 병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청구액(5억7898만 원)의 70%인 4억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김 군은 2019년 10월 4일 경남 양산의 A 병원에서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고, 회복 과정에서 출혈 증세를 보여 부산 B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 군은 입원 중 상태가 악화했고 B 병원 응급실 의사는 김 군을 치료하지 않고 119구급차에 인계하면서 진료기록도 제대로 넘겨주지 않았다.
의식이 없던 김 군을 후송하던 119구급대원은 김 군이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던 A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소아응급실로 연락했으나, A 병원은 ‘심폐 소생 중인 응급환자가 있어 다른 병원으로 가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사실상 치료를 거부했다. 당시 A 병원에는 김 군의 치료를 하지 못할 정도로 위중한 환자는 없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김 군은 약 20㎞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수개월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재판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한 A 병원과 대리 당직 의사를 배치하고 제대로 된 처치 없이 119구급차에 환자를 태운 B 병원의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고 후 유족인 김 군의 어머니에게 아들의 죽음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앞서 울산지법에서 열린 형사재판에서는 1심 재판부가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A 병원에 벌금 1000만 원, A 병원 의사에 벌금 500만 원, 의료법 위반으로 B 병원 의사에게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우리나라 의료사고의 경우 피해자와 유족이 나서서 형사고소를 하지 않으면 의료과실 여부 등의 진실을 절대 알 수 없는 구조다”라며 “의료분쟁조정법 등을 제대로 개정해 억울한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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