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30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다주택 임대업자 등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개인 주택 임대사업자 김모 씨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8채를 임대했다. 여기서 받은 전세보증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로 소득 약 8억 원을 얻었지만, 신고하지 않았다. 김 씨는 또 주택임대업 법인을 설립해 가족 해외여행 경비와 명품 구입비 등 수억 원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했다.
국세청이 서울 강남구 등 주요 지역에 아파트 수십, 수백 채를 보유한 다주택 임대사업자와 분양업체 15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임대사업자로서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으면서 임대수입 누락, 비용 부풀리기 등의 방식으로 2800억 원 규모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30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한강벨트(마포·용산·성동·강동·광진·동작구) 등 서울 아파트 5채 이상 소유 다주택 임대업자(7개) △아파트 100채 이상 기업형 임대업자(5개) △허위 광고를 통한 아파트 임대 후 고가 분양 업체(3개) 등이다. 법인 5곳, 개인 10명 등 총 15개 업자가 보유한 아파트는 총 3141채(공시가격 9558억 원) 규모다.
국세청은 이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과세 배제 등 혜택을 누리면서도 임대수입을 축소 신고하거나 사적 비용을 사업 경비로 처리하는 등 세금을 빼먹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764채를 소유한 한 건설업체는 할인 분양을 앞세워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실제로는 분양가를 깎아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얻은 수익 중 20억 원은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건설용역 명목으로 부당 지원했다. 국세청은 사주 일가의 별장 공사비 50억 원을 비롯해 탈루 혐의 액수만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경기 지역 아파트 200여 채를 보유한 이모 씨는 아파트 40여 채 임대수입 8억 원 이상을 누락한 것으로 판단됐다. 인테리어 공사비 20억 원대 비용을 본인 소유 컨설팅 업체 매입으로 부당 신고하는가 하면, 보유 아파트를 회사 직원에게 팔면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하는 방식으로 양도 차익 20억 원을 축소 신고했다. 국세청은 ‘다운 계약서 작성’을 의심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높은 서울 강남 3구·한강벨트나 수도권 소재 아파트를 임대하거나 분양한 사업자 위주로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며 “여러 세제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에 따르는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안들을 혐의 분석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세무조사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