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율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64)는 2008년 가을 건국체육회에서 단체로 출전한 10km 단축 마라톤대회 참가를 계기로 달리기에 빠져 들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와 울트라마라톤을 98회 완주한 ‘철각’이 됐다. 3월 15일 열린 2026 서울마라톤 겸 제96회 동아마라톤까지 풀코스만 73회, 100km 이상 울트라마라톤을 25회 완주했다.
김휘율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가 2012년 가을 마라톤 풀코스에 참가해 질주하고 있다. 당시 3시간28분11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수립한 그는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와 울트라마라톤을 98회 완주한 ‘철각’이 됐다. 김휘율 교수 제공
“제가 과거에는 스포츠를 즐겼지만, 달리는 것엔 약간 두려움이 있었어요. 스노보드 타다 발목을 크게 다쳐 등산은 했지만 달리기는 하지 않던 때였죠. 그런데 체육회 임원 모두 10km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한 겁니다. 저도 이사라 어쩔 수 없이 참가할 수밖에 없었고, 걷기부터 시작해 천천히 달려 약 6개월 연습했어요. 대회 날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려고 했죠. 그런데 건국체육회 조끼를 입고 있어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달렸죠.”
55분 42초에 완주했다. 10km지만 마라톤 첫 완주의 기쁨은 컸다. 꾸준히 달리니 발목에 통증도 없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2009년 9월 하프마라톤을 1시간 48분 50초에 완주했다. 그해 11월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4시간 27분 50초에 완주했다. 2011년까지 풀코스를 연 1회 완주했지만, 기록은 4시간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록 욕심은 크게 없었지만, 훈련한 만큼 기록이 안 나왔다. 분석해 보니 혼자 훈련했기 때문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혼자 연습하니까 실력도 늘지도 않고 훈련도 제대로 안 됐다. 그게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김휘율 교수가 지난해 4월 충북 청주에서 열린 청남대울트라마라톤 100km에 출전해 질주하고 있다. 2008년 10km 단축 마라톤 출전을 계기로 달리기에 빠진 김 교수는 주중 1회 혼자 달리고 금요일에 아이스하키, 토요일에 등산, 일요일에 마라톤 훈련이나 대회 출전이라는 루틴을 지키고 있다 .김휘율 교수 제공2012년 초 집(경기도 성남) 근처에서 활동하는 동호회 ‘분당검푸마라톤’에 가입했다. 그러자 펄펄 날았다. 그해 3월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 46분 45초를 기록해 ‘서브포(4시간 미만 기록)’를 달성했다. 그해 가을엔 3시간 28분 11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 모여 2시간~3시간씩 회원들과 함께 달리고, 훈련 후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교류가 운동의 지속성을 높여줬어요. 실력이 비슷한 회원들끼리 달리고, 서로 응원해 주며 뛰니 실력이 빨리 향상됐죠. 2022년엔 제가 동호회 회장도 했습니다. 모든 운동은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할 때 훨씬 오래, 훨씬 즐겁게 지속됩니다. 커뮤니티가 있어야 운동도 인생도 오래갑니다.“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도 발을 들였다. 2013년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5산 종주 43km를 12시간 37분 32초에 완주했다. 그는 “북한산 의상봉 능선을 오를 땐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지만 자연 속을 달리는 재미가 좋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불수사도북인(인왕산) 6산 종주 등 42km 이상 트레일러닝을 7회 완주했다.
김휘율 교수가 지난해 한반도 횡단 308km에 출전해 즐겁게 달리고 있다. 김휘율 교수 제공2014년부터는 100km 넘는 울트라마라톤에도 출전했다. 그해 6월 울산에서 열린 태화강울트라마라톤 100km를 12시간 28분 13초에 완주했다. 100km를 비롯해, 200km, 국토 횡단 308km, 국토 종단 622km에도 도전했지만 13번은 포기하고, 2회는 기상 악화 등으로 대회가 중도 중단되기도 했다. 울트라마라톤은 풀코스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마라톤 풀코스는 35km 이후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고갈되는 극한 싸움입니다. 동호인들이 ‘마른 수건을 짜는’ 기분이라고까지 표현하죠. 울트라마라톤은 km당 7분 30초~8분대의 느린 페이스로 달리기 때문에 힘들지 않아요. 무릎이나 관절에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죠. 저녁에 출발해 이튿날 아침까지 14~15시간을 달리면서 낯선 참가자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죠. 그 덕분에 인적 네트워크도 넓어졌죠. 완주는 중요하지 않아요. 도전한다는 그 자체로 즐겁습니다.”
김휘율 교수(앞 가운데)가 2024년 열린 한반도 횡단 308 km에 참가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김휘율 교수 제공김 교수는 학창 시절부터 운동광이었다. 축구는 물론 농구, 1989년 일본 도쿄로 유학간 뒤에는 일본 지인의 권유로 스노보드를 탔다. 국내에서 스키를 타기도 했지만, 스노보드를 접하면서 스키는 타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로 발목을 다치면서는 스노보드도 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요즘 ‘마라톤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테니스와 골프를 즐기던 친형 김치율 씨(67)가 김 교수의 권유로 하프마라톤에 이어 풀코스, 울트라마라톤까지 달렸다. 딸 김선경 씨(32)도 지난해 첫 풀코스에 도전해 서브포(3시간 58분)를 했고, 두 번째 도전에서 3시간 48분을 기록했다. 학교 제자들에게도 5~10km 달리기를 권유하고 있다. 김 교수는 친형, 딸과 울트라마라톤도 함께 완주하기도 했다.
김휘율 교수(왼쪽)가 딸 선경 씨(가운데), 형 치율 씨와 함께 지난해 6월 울산 태화강울트라마라톤대회 100km에서 즐겁게 질주하고 있다. 김휘율 교수 제공마라톤과 트레일러닝만으로도 빼곡한 일정이건만, 김 교수의 운동 목록에는 아이스하키도 있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시작하면서 매주 아이를 데려다주고 기다리다 보니 “저렇게 재미있어 보이는데 아들만 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부모 동호회 팀(파파팀)에 뛰어들었다. 부산 출신이라 스케이트를 신어본 적도 없었지만, 팀 코치들의 지도와 동호회 활동 덕분에 실력이 쌓였고, 현재는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의 할라 리그 3부에서 팀의 최고령 선수로 뛰며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건국대 동물병원 외과 담당 교수로 32년을 일해온 김 교수에게 마라톤은 단순한 취미 그 이상이다. 외과 수술은 장시간 서서 섬세한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만큼 체력과 집중력이 수술 성공률에 직결된다. 그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신 집중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달리기가 수술 수행 능력을 높여줬다”고 확신했다. 돌이켜보면 조금 더 일찍 마라톤을 시작했더라면 더 좋은 컨디션으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김휘율 교수가 아이스하키 대회에서 우승한 뒤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김휘율 교수 제공 김 교수는 주중 1회 혼자 달리고 금요일에 아이스하키, 토요일에 등산, 일요일에 마라톤 훈련이나 대회 출전이라는 루틴을 지키고 있다. 매년 풀코스 4~5회, 울트라 3~4회를 완주하고 있다. 그에게 마라톤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느끼고, 한계를 시험하고, 가족과 공유하는 삶 그 자체다.
김 교수의 올해 목표는 마라톤 풀코스 및 울트라마라톤 100회 완주다. 현재론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올 동아마라톤에선 3시간 56분 24초를 기록했다. 지난해(3시간 56분 9초)와 비슷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는 3월 28일 금강울트라마라톤대회(100km), 4월 11일 청남대울트라마라톤(101km), 4월 24일 성지순례 222km에 출전할 계획이다. 5월 16일엔 친형, 딸과 함께 서울한강울트라마라톤 100km에 참가한다.
“달리기는 몸도 건강해 지지만 집중력도 높여줍니다. 외과 수술은 장시간 서서 섬세한 작업을 해야 하는 만큼 체력과 집중력이 중요합니다. 달리면서 수술도 더 잘 됩니다. 특히 함께 달리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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