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눈’이 고속도로 21만㎞ 훑었더니… 사망자 역대 최저

  • 동아일보

도로公, ‘디지털 안전진단’ 도입
3주 걸리던 사고 분석 1시간으로
포트홀-돌발상황 예측에도 도움
작년 사망자 147명… 4년 간 14%↓

지난해 고속도로 사망자가 관련 집계를 발표한 2000년 이래 처음으로 140명대에 진입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교통안전 캠페인이나 단속 위주의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도로 안전 관리 전반에 도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3주 걸리던 도로 분석, 레이저로 1시간 만에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14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71명이었던 사망자 수와 비교해 4년 만에 약 14% 감소한 수치다. 고속도로 주행거리 10억 km당 사망률도 2021년 1.85명에서 지난해 1.42명으로 낮아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6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런 변화의 가장 큰 배경으로 도로 점검 방식의 과학화를 꼽았다. ‘수막현상’ 분석이 대표적이다. 비가 올 때 도로 위에 얇은 수막이 생겨 자동차의 접지력이 사라지는 이 현상은 빗길 사고의 주원인이다. 최근 5년간 빗길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등 사회적 손실은 950억 원에 달했지만, 그간 수막현상을 파악하려면 전문가가 직접 현장에 나가 맨눈으로 노면의 미세한 굴곡이나 배수 불량을 실측해야 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책 수립까지 보통 3주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고, 그사이 해당 구간은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도로공사가 레이저로 도로 형상을 정밀 스캔하는 ‘디지털 도로 안전 진단’ 기술로 움푹 파인 곳을 파악한 모습. 이 기술로 노면 불량 파악과 대책 수립에 걸리는 시간이 3주에서 1시간으로 단축됐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한국도로공사가 레이저로 도로 형상을 정밀 스캔하는 ‘디지털 도로 안전 진단’ 기술로 움푹 파인 곳을 파악한 모습. 이 기술로 노면 불량 파악과 대책 수립에 걸리는 시간이 3주에서 1시간으로 단축됐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한국도로공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로 도로 형상을 정밀 스캔하는 ‘라이다(LiDAR)’ 센서와 디지털 변환(DX)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도로 안전진단 기술을 2024년 도입했다. 이 기술은 도로 상태를 정교한 디지털 모델로 재현해 폭우 시 물의 흐름과 수막 형성 지점을 과학적으로 예측한다. 그 결과 3주가 걸리던 분석 및 대책 수립 과정이 단 1시간으로 단축됐다. 이에 따라 사고 위험 구간에 배수를 유도하거나 재포장을 하는 등의 보수 조치도 빨라졌다.

AI를 활용한 선제적 보수 체계도 강화됐다. 기존 도로파손(포트홀) 이미지 25만 건을 학습한 ‘AI 포트홀 자동검사’ 시스템은 한국도로공사의 전국 59개 지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구간을 월 2회 정기적으로 스캔한다. 연간 21.6만 km에 달하는 방대한 구간을 AI가 살피며 포트홀이 발생하기 전인 미세 균열 단계에서 보수를 진행해 사고 원인을 원천 차단한다.

●AI가 돌발상황 96% 식별해 우회 안내

사고 발생 후 대응 속도를 결정짓는 관제 시스템도 지능형으로 진화했다. 기존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돌발상황 판단 방식은 유효한 검지 거리가 200m 이내로 짧아 사각지대가 발생했고, 정체 상황을 정지 차량으로 오인하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한국도로공사가 개발한 ‘AI 영상분석 기반 돌발상황 판단 기술’은 AI가 CCTV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정지 차량, 역주행, 낙하물 등을 스스로 식별한다. 검지 거리를 최대 600m까지 3배로 확장했고, 정확도는 96%까지 끌어올렸다. 검지된 위험은 강도에 따라 ‘고·중·저’ 3단계로 분류돼 즉각적인 순찰차 출동이나 도로전광표지(VMS)를 통한 우회 안내로 이어진다. 한국도로공사는 향후 민간의 내비게이션사와 협업해 안내를 전달하는 방식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러한 혁신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도로공사는 2025 적극 행정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정부의 AI 선도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공사 관계자는 “사상 최초 사망자 140명대 진입은 시작일 뿐”이라며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속도로 위 희생자가 한 명도 없는 ‘사망자 제로’ 비전을 실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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