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광영]“빌렸다” “모조품”… 이제야 “받긴 받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8일 23시 18분


김건희 여사는 2022년 6월 나토(NATO) 순방 때 착용했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의 출처에 대해 계속 말을 바꿔왔다. 순방 직후 논란을 빚자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더니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엔 “2010년경 모친 선물용으로 모조품을 구입한 것”이라고 했다. 특검이 김 여사 오빠의 처가에서 목걸이를 찾아냈을 땐 “오빠에게 선물한 모조품”이라고 또 말을 뒤집었다. 그 와중에 해당 모델이 2015년 처음 출시됐다는 제조사 측 설명도 나왔다.

▷김 여사의 주장대로라면 원본이 나오기 전에 만든 짝퉁을 모친에게 선물했고, 12년 뒤 영부인 신분으로 빌려서 착용했으며, 이를 다시 오빠에게 ‘선물’했다는 말이 된다.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내가 목걸이를 줬다”고 자수하면서 김 여사의 해명은 더 들어볼 것도 없는 수준이 됐다. 이후에도 수수 혐의를 줄곧 부인하던 김 여사는 17일 매관매직 혐의 사건 첫 공판에서 반클리프 목걸이를 받았다고 결국 인정했다. 김 여사 오빠의 처가에서 나온 모조품은 심어놓은 조작 증거란 사실까지 자백한 셈이 된다.

▷김 여사는 이 회장에게서 받은 반클리프 목걸이에 대가성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6000만 원대 목걸이가 윤 전 대통령 당선 축하 선물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김 여사에게 목걸이를 줬다. 그 후 석 달 뒤 이 회장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가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이 회장은 김 여사에게 사위의 관직을 부탁했다고 한다. 김 여사가 목걸이를 받고 얼마 뒤 “목걸이가 아주 예쁘다. 도와드릴 게 없느냐”고 하자 이 회장이 인사 청탁을 했다는 게 특검의 수사 결과다.

▷김 여사는 통일교 금품 수수 사건 재판에서도 샤넬 백 2개를 받았다고 뒤늦게 시인한 적이 있다. 이때도 받은 건 맞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했다. 이런 ‘일부 시인’ 전략은 실제 효과를 발휘했다. 재판부가 샤넬 백 중 1개를 대가성 없는 단순 선물로 판단해 유죄 리스트에서 빼준 것이다. 가방이 전달됐던 바로 그 시점에 청탁이 이뤄진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통일교 사건 1심 판결은 ‘매관매직 재판’에 임하는 김 여사에게 힌트가 됐을 수 있다. 서희건설로부터 받은 반클리프 목걸이는 우겨봐야 소용이 없다는 판단 아래 받은 사실을 인정하되, 목걸이를 받던 그 자리에서 청탁이 있었던 건 아니니 대가성을 부인해 무죄를 받겠다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에도 통일교 1심 판결 때와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 전 총리는 비서실장 인사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우리 박 전 검사님을 딱”이라며 ‘윤심(尹心) 인사’였다는 걸 밝힌 바 있다.

#김건희#반클리프아펠#목걸이#매관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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