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약’ 복용 10명중 6명, 비만 아닌데도 먹어

  • 동아일보

질병치료 등 의학적 이유 절반 안돼
응답자 74% “복용 뒤 부작용 경험”
“의료기관에 ‘처방 자제’ 교육 필요”

뉴스1
이른바 ‘다이어트약’이라고 불리는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 10명 중 6명은 비만이 아닌데도 체중 감량을 위해 약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약품 남용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사람 중 59.5%는 ‘비만을 진단받지 않았으나 체중을 줄이기 위해 약을 복용했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2022∼2025년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19∼64세 성인 257명을 조사했다.

질병 치료 등 의학적 이유로 식욕억제제를 복용했다는 응답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비만 치료를 위해서’는 34.6%, ‘고혈압·당뇨병 등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8.6%였다. 응답자의 8.9%는 ‘주위 권유’, 3.9%는 ‘호기심’이 복용 이유라고 답했다. 이 같은 응답은 ‘경구용 식욕억제제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고혈압·당뇨 등 위험 요인이 있는 BMI 27 이상인 환자에게 단기간 사용해야 한다’는 대한비만학회의 진료 지침과도 배치된다.

응답자의 73.5%는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뒤 부작용을 경험했다. 입마름이 72.0%로 가장 많았고 두근거림(68.8%), 불면증(66.7%), 우울증(25.4%) 등의 순이었다.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1.6%였다.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되는 경구용 식욕억제제는 의존성과 중독 위험이 있다. 실제로 부작용을 겪은 사용자 중 76.7%는 복용을 중단하지 않거나 일정 기간 중단 후 다시 복용했다. 보고서는 다이어트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환자 확보를 위한 의료기관 간의 경쟁이 의약품 오남용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의사와 약사 등이 오남용 위험 환자를 상담과 치료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경구용 식욕억제제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어서 별도의 규제를 두기 어려운 구조”라며 “비만 기준에 해당하지 않을 때 처방을 자제하도록 의료기관 교육을 강화하고 대국민 교육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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