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자율주행 규제 묶인 사이
美차량, 국내 도로 주행 데이터 축적
미국서 픽업트럭 관세…타스만 美 못가
車 부품은 비관세 장벽…수출길 막혀
테슬라가 홈페이지에 올린 FSD 주행 영상.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테슬라의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켠 채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주행하는 영상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2단계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국산 차나 유럽 수입차는 같은 조건에서 약 15초 만에 경고음과 함께 기능이 해제된다. 이 격차를 두고 단순한 기술력 차이가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낳은 ‘제도적 비대칭’의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18일 한미 FTA 개정 의정서와 안전기준 조항을 분석한 결과, 안전 기준부터 부품 인증까지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미국 측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로 볼 수 있는 대목이 적잖다.
자율주행 규제 비대칭이 가장 두드러진다. 테슬라 등 미국산 차량은 ‘한미 FTA 안전기준 동등성 인정’ 조항에 따라 미국 안전기준(FMVSS)만 통과하면 연간 5만 대에 한해서 국내 판매가 가능하다. 미국 기준은 자율주행 시 운전대 파지(Hands-on) 의무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여기에 최근 한미 관세 협상으로 기존 연간 5만 대였던 쿼터 제한마저 폐지되면서, 수량 제한 없이 미국 기준만으로 국내 진입이 가능해졌다.
국내 완성차는 국토부의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성능과 기준 규칙’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레벨 2~3 주행 시 일정 시간 운전대를 놓으면 즉시 경고음이 울린다. 국내 기업이 규제에 묶여 기능을 제한하는 사이, 미국산 차량은 예외를 활용해 한국 도로에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드웨어 무역 장벽은 더 직접적이다. 미국은 픽업트럭 시장 보호를 위해 한국산 화물차(HS 8704) 관세(25%) 철폐를 2019년 개정 의정서로 2041년까지 유예했다.
이는 한국산 픽업트럭의 대미 수출을 사실상 봉쇄한 조치다. 실제로 기아는 지난 2024년 10월 브랜드 최초의 픽업트럭 ‘타스만’을 세계 무대에 공개하고, 올해 초부터 호주와 중동,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정작 세계 최대 픽업트럭 시장인 미국은 진출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할 경우 25%의 관세 폭탄을 맞게 되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산 픽업트럭은 한국 시장 진입 시 관세 장벽이 낮아, 양국 간 무역 조건의 불균형이 뚜렷하다.
부품 시장에서도 불균형 조건이 제기된다. 미국산 교체 부품은 자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한국 인증(KC) 없이 수입된다. 미국 내 안전기준이 없는 부품도 성능 동등성만 인정받으면 들어온다. 반면, 한국산 부품은 상호주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미국 애프터마켓 진출 시 별도 인증을 거쳐야 하는 비관세 장벽에 막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아왔지만, 실제로는 소프트웨어부터 픽업트럭 관세, 부품 인증까지 자동차 무역에 있어 미국 측에 유리한 비대칭 구조가 들어있다”며 “자동차 업계에선 특히 자율주행차 전환 시점에 관련 역차별 요소는 없는지,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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