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I 일상 동반자” 선언… 반도체 슈퍼사이클 올라탄다

  • 동아일보

[위기에도 다시 뛴다]삼성전자
DS-DX 수장 “AI로 체질 전환” 주문
엔비디아와 반도체 AI 팩토리 협력
HBM4로 ‘반도체 슈퍼사이클’ 주도
올해 기기 4억 대에 AI 적용 목표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26년을 기점으로 ‘AI 일상 동반자’ 시대를 본격화하며 다시 찾아온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타 글로벌 기술 패권 탈환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새해를 맞아 전사적인 AI 혁신 전략과 반도체 초격차 로드맵을 확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투 톱, 입 모아 ‘AI 리더십’ 주문

삼성전자의 양대 축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한목소리로 AI 기술 기반의 혁신을 통한 ‘AI 리더십’ 확보를 주문했다. 단순한 기술 고도화를 넘어 AI를 중심으로 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시장 선도를 강조한 것이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최신 AI 기술과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해 반도체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설계부터 연구개발(R&D), 제조, 품질 전반에 적용해 반도체 기술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DS부문은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기술 표준을 주도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전례 없는 AI 반도체 수요에 적극 대응해 고객과 함께 AI 시대를 선도하자”고 밝혔다.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이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더 퍼스트룩’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이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더 퍼스트룩’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도 신년사를 통해 ‘인공지능 전환(AX)’을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노 사장은 “AX는 단순한 도구 도입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이라며 “AI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과 사고를 혁신함으로써 업무 속도와 생산성을 높여 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모든 디바이스와 서비스 생태계에 AI 기술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AI 전환기를 이끄는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DX부문 “올해 기기 4억 대에 AI 적용”

노 사장은 5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앞두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갤럭시 스마트폰, 4K 이상 프리미엄 TV,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한 가전에 AI를 탑재할 것”이라며 “올해 AI가 적용된 신제품 총 4억 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바일, TV, 가전 등 전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전면 적용해 고객의 삶을 더욱 가치 있고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AI 일상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모바일은 다양한 AI 서비스를 연결하는 ‘AI 허브’로 진화한다. 사용자 경험과 성능 경쟁력, 카메라 고도화, 사용 시간 개선 등 핵심 기술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스마트폰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TV는 ‘보는 기기’에서 ‘경험하는 기기’로 진화한다. 모든 프리미엄 TV 라인업에 ‘비전 AI’를 적용해 맞춤형 AI 스크린 경험을 제공한다.

가전은 가사 부담을 줄이고 수면·건강관리까지 지원하는 ‘홈 AI 컴패니언’으로 거듭난다. 품질과 신뢰성을 강화하고 지역별 수요를 반영한 라인업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은 개별 제품의 성능 경쟁을 넘어 기기 간 연결성과 데이터 활용을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TV, 가전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AI 혜택을 체감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AI 기반 혁신 지속 △기술혁신을 통한 코어 경쟁력 강화 △미래를 위한 투자 지속 강화라는 ‘3대 핵심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4대 신성장 동력에 과감한 베팅… M&A로 미래 준비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공조, 전장, 메디컬 테크놀로지, 로봇을 ‘4대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AI 인프라와 직결된 공조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유럽 최대 공조기업 플랙트그룹을 약 15억 유로(약 2조6000억 원)에 인수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냉각 시스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플랙트의 중앙 공조 기술과 삼성의 시스템 에어컨, AI 기반 에너지 관리 솔루션 ‘스마트싱스 프로’를 결합해 데이터센터와 스마트 빌딩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플랙트는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광주광역시에 생산라인 건립을 검토 중이며 인력 확충도 추진하고 있다.

전장 분야에서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의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사업부를 약 15억 유로(약 2조6000억 원)에 사들였다. SDV(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로 전환되는 자동차 산업에서 자율주행의 핵심인 센서와 제어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하만은 지난 5월에는 바워스앤윌킨스(B&W),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한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5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오디오 명가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하만협력팀을 통해 대규모 M&A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AI 기술 및 전장, 오디오 기술 간 시너지를 창출해 2030년에는 매출 200억 달러(29조 원) 이상의 글로벌 전장 및 오디오 1등 업체로 위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 외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젤스와 로봇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을 인수하는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외에도 이노베이션 캠퍼스, 삼성 청년 SW·AI 아카데미(SSAFY), 솔브포투모로우 등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세대의 AI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돌아온 삼성 반도체’… HBM4·평택 5라인으로 슈퍼사이클 주도

AX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 즉 반도체 부문에서는 ‘부활’을 넘어선 ‘비상’을 예고했다. 전 부회장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는 고객들로부터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차별화된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메모리의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AI 메모리의 핵심으로 꼽히는 HBM4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HBM4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에 4나노 로직 공정을 결합해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인 8Gbps를 웃도는 11Gbps 이상의 속도를 구현했다. 초고대역폭과 저전력 특성을 동시에 확보해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모델 학습과 추론 성능을 끌어올릴 핵심 제품으로 평가된다.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의 골조 공사를 다시 추진했다. 이는 2028년 이후까지 이어질 중장기 AI 반도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평택 5라인이 완공되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메가 팹’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더 공고히 하게 된다.

제조 현장의 혁명 ‘반도체 AI 팩토리’… 엔비디아와 협력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구축 중인 ‘반도체 AI 팩토리’가 핵심이다. 설계부터 공정, 설비 운영, 품질 관리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제조 전 과정에 AI를 적용해 시스템이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판단하는 지능형 제조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향후 수년간 5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도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해 가상 공간에 실제 공장을 구현한다. 이를 통해 설비 이상을 사전에 감지하고 최적의 생산 일정과 공정 조건을 도출해 수율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일부 공정에서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광학근접보정(OPC) 공정에 엔비디아의 ‘쿠리소’와 ‘쿠다-X(CUDA-X)’ 기술을 적용해 AI가 수십억 개의 회로 패턴을 계산하고 최적의 설계 조건을 도출했다. 회로 왜곡을 줄여 불량률을 낮추고 공정 시뮬레이션 속도는 기존 대비 20배 이상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반도체 개발과 양산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해 기술 초격차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로도 확대하고 있다. 가상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실제 로봇 데이터를 결합해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작동하는 지능형 로봇 플랫폼을 구현 중이며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 로보틱스 플랫폼을 활용해 AI 추론과 안전 제어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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