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출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 2025.10.14/뉴스1
최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홍범준 좋은책신사고 대표 등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은 인물의 고액 기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각각 1000억 원대 사기 혐의와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받는 이들의 기부에 대해 “이미지 세탁용”이라는 지적과 “기부는 기부로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공익 단체가 기부금을 받기 전 자격을 심의하고 예우 유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논란의 고액 기부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김 회장의 이름을 딴 ‘김병주 도서관’을 짓고 있다. 건립 비용의 절반 수준인 300억 원을 기부한 김 회장이 두 번째 시립 도서관에 자기 이름을 붙여 달라고 요구했고, 시는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를 승인했다. 기부금은 지난해 3월 완납했지만 김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며 명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홈플러스 채권투자 피해자 단체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사람의 이름을 공공건물 명칭에 갖다 붙이는 것은 홈플러스 사태로 피해를 본 사람뿐 아니라 서울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서울시에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
최근 김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경영진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약 1164억 원 규모의 단기 채권을 발행한 후 기습적으로 기업 회생을 신청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의혹이다. 14일 김 회장 등 핵심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여전히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는 안갯속이다.
서울시는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다. 시는 지난해 6월 기부자가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공공의 신뢰를 해치는 사안이 발생하면 예우를 중단할 수 있는 ‘기부 동행 서약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된 김 회장 기부 건은 해당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계약해 예우 중단 대상이 아니다. 시 관계자는 “(명칭 변경에 대해)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도 13일 서울대에 10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정했지만, 약정식 당일 노동조합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기부라는 ‘위선의 가면’을 벗고 내부의 부당노동행위부터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각각 좋은책신사고의 단체교섭 거부와 노조원에 대한 불이익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서울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기부 자격 등 기준 마련해야”
공익 단체가 논란 속 인물, 단체의 기부를 거부하는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6월 5·18기념재단은 호남을 비하하는 게시글로 논란을 빚은 한 유튜버의 기부금 500만 원을 거부했다. 2021년 한국여성의전화는 신원 미상자의 후원금 1000만 원을 반환했다. 후원자가 여성 폭력에 대한 처벌 감경을 노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2020년 3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부한 120억 원을 반환했다. 신천지 측에 코로나19 부실 방역의 책임이 제기된 민감한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일각에선 “회삿돈이 아닌 사재를 시민과 학생 등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거라면 괜찮다”는 반응도 있지만, 법정 다툼 등에서 기부 명세가 유리하게 참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기부금 수령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대학, 박물관 등은 기부를 받기 전 기부자의 경력, 논란 유무, 윤리적 리스크를 검토하는 ‘사전 실사’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또 기부 계약서에 “향후 논란이 생길 경우 기부자 명칭을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하는 등 나름의 기준을 두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지낸 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는 “기부금을 받는 기관 등이 기부의 적절성을 논의하고 판단할 자체적 심의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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