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쉬었음’ 청년 절반 장기백수, 퇴직 1년 넘게 구직 안해

  • 동아일보

‘장백청’ 작년 11월 33만명 역대최다
고용 위축-경기 부진 재취업 난항
과도한 경쟁에 구직 의욕 잃기도
취업 안해본 30대 2.2만명 ‘최다’

방송사에서 2년간 일했던 윤모 씨(29)는 퇴사한 지 1년 반가량이 지났지만 최근 별다른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금융업계로 전직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경력이 미디어 분야에 집중돼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좋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니 오히려 구직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퇴사 후 1년 넘게 일을 쉬면서 구직도 하지 않는 20, 30대 ‘장백청’(장기 백수 청년) 인구가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 쉬고 있는 2030세대 절반은 취업 경험이 있지만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재취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예 취업 경험이 없는 30대 쉬었음 인구도 사상 최대 규모였다.

● 1년 넘게 쉰 장기 백수 청년 33만 명

13일 동아일보가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이전 직장에서 퇴직한 지 1년 이상 지난 20, 30대 쉬었음 인구는 33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2030세대 쉬었음 인구(71만9000명)의 46.0%로, 200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11월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퇴직 이후 오랜 기간 쉬었음 상태에 있는 20, 30대 청년의 규모는 2023년(24만 명) 이후 매년 늘고 있다. 최근 2년 새 37.8%(9만1000명) 불어난 셈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기준 30대 쉬었음 인구(31만4000명) 중 직장을 그만둔 지 1년 이상 지난 청년만 18만 명으로 57.3%에 달했다.

이들은 더 나은 근로 조건을 찾아 직장을 그만뒀지만 제조업, 건설업 등 주요 산업의 고용 위축과 경기 부진으로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가데이터처의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 지난해 8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쉬고 있다고 응답한 15∼29세는 34.1%, 30대는 27.3%로 집계됐다. 실업급여, 청년수당 등 복지정책으로 고용시장 상황을 살피는 청년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과도한 경쟁에 구직 의욕을 잃는 청년도 적지 않다. 2년 전 바이오 회사 법무팀에서 퇴사한 정모 씨(30)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단기로 일할 곳을 찾다가 출산휴가 직원을 대신하는 금융공기업 계약직에 지원했는데 경쟁률이 70 대 1에 달했다”며 “관련 업무 경험도 있어 ‘오버 스펙’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 직장 경험 없는 30대 백수도 역대 최대

지난해 11월 아예 취업한 적이 없는 30대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3000명 늘어난 2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역대 최대다. 이전 직장이 없는 20대 쉬었음 청년도 1만3000명 늘면서 10만 명에 육박했다.

취업난으로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 데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오르는 ‘이직 사다리’를 타기 쉽지 않은 현실 탓이다. 데이터처의 일자리 이동통계에 따르면 2023년 중소기업에 다니다 대기업으로 이직한 비중은 12.1%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다른 중소기업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최근에는 직장을 갖지 않고 집안일을 전담하며 부모에게 월급을 받는 ‘전업자녀’라는 말까지 생겼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고용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부모 세대의 경제력이 뒷받침돼 청년들이 쉬는 걸 견딜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우선 쉬었음 청년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1분기(1∼3월) 쉬었음 청년에 대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쉬었음 청년 개개인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노동 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일자리 자체가 없는 게 아니라 청년층이 만족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쉬었음 기간이 장기화되는 원인”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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