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력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슬로건을 외치고 있다. 2025.12.15 뉴시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AI전략위)가 AI 학습용 저작물에 대해 ‘선(先)사용 후(後)보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콘텐츠는 물론이고 민간 영역의 창작물까지도 AI 기업에 먼저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나중에 하겠다는 것이다.
AI전략위는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안)’을 통해 내년 2분기까지 AI 모델 개발 및 학습에 한해 저작물을 선사용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두도록 주문했다. AI 기업들과 콘텐츠 창작자들 간 저작권 협의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콘텐츠 기업들만 일방적으로 희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흘려듣기 어렵다.
이런 법제화 흐름은 AI 기업이 온라인상의 콘텐츠들을 무단으로 사용하다 법적 책임을 지는 글로벌 흐름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독일 뮌헨지방법원은 독일음악저작권협회가 미국 오픈AI사를 상대로 독일어 노래 9곡의 가사를 무단 사용했다며 낸 소송에서 창작자인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9월에는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법정 다툼을 벌이던 미국 작가그룹 소속 저자들에게 약 15억 달러(약 2조1500억 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AI 기업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22억 엔(약 2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한국 정부가 AI 기업에 ‘특권’을 주는 제도를 만들면 해외 AI 기업들이 “나중에 보상하겠다”며 한국 콘텐츠를 무단 사용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사라지게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콘텐츠 업계는 정부 구상대로 ‘사전 계약’이 아닌 ‘사후 보상’이 이뤄질 경우 저작물 사용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것으로 걱정한다. 이는 오히려 양질의 콘텐츠와 데이터 공급을 줄여 AI 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전략위는 양쪽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 어느 한쪽만 희생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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