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전략 이어 中 군축 백서에서도 사라진 ‘한반도 비핵화’

  • 동아일보

中 20년만의 백서 ‘북핵’ 문구 빠져
‘미중, 북핵 암묵적 용인’ 우려 나와
韓 “발등의 불 대만 의식 전략적 행보”

정상회담 뒤 웃으며 악수하는 시진핑과 김정은.  (평양 노동신문=뉴스1)
정상회담 뒤 웃으며 악수하는 시진핑과 김정은. (평양 노동신문=뉴스1)
중국이 최근 발표한 군비통제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표현이 사라졌다. 미국의 최상위 안보 전략문서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표현이 빠진 가운데 중국 안보문서에서도 비핵화가 제외되면서 사실상 북핵 용인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이 공개한 지난달 27일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 백서에는 ‘한반도 비핵지대 설립 지지’라는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다. 백서에는 “중국은 조선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항상 한반도의 평화·안정·번영에 힘써 왔으며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언급만 돼 있다.

이번 백서는 2005년 이후 20년 만에 개정된 것으로 이전까지는 “관련 국가들이 조선반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비핵지대를 설립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중국은 9월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정상회담 이후 공식 문서에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제외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미국 백악관이 5일(현지 시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도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는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1기 NSS에서는 17차례, 조 바이든 정부의 2022년 NSS에는 3차례 언급됐지만 이번 NSS에는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은 것. NSS는 트럼프 2기 미 행정부 임기 동안 실행될 국가안보 전략을 담은 최상위 문서다.

대만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불거진 가운데 북한의 핵 고도화로 비핵화 회의론이 커지면서 양국 모두 북핵 문제를 외교 정책 우선순위에서 미루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NSS는 “제1도련선에서 대만 분쟁 억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고 중국은 대만 문제를 두고 일본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이 모두 암묵적으로 북핵을 용인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과의 그랜드바겐을 꿈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젠가 한반도 핵 문제를 장기판의 졸처럼 주고받기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7일 3실장 성과보고 간담회에서 “NSS에 북한 비핵화 언급이 없는 건 2022년과 달리 이번에는 미국 우선주의를 중심으로 기본 방침을 기술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이나 북-미 대화 재개에 관심이 없다고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미중 각자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북핵을 용인하기 위해 제외했다기보다는 ‘발등의 불’이 된 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술적 행보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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