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노리는 鄭 vs 견제 나선 친명… ‘정청래 룰’ 놓고 본격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24일 03시 00분


당헌-당규 개정 강행에 친명 공개 반발
친명 “권리당원 83% 여론조사 불참… 압도적 찬성 자화자찬 낯뜨거워”
鄭측 “李대통령과도 조율한 내용… 24일 당무-28일 중앙위 그대로 갈것”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1/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1/뉴스1
“정청래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 확장에 나서는 게 아니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 대표가 ‘1인 1표제’ 등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얻어 당 대표로 선출된 정 대표가 연임을 위해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취지다.

일명 ‘정청래 룰’의 추진을 두고 친명 진영의 공개 반발이 이어지면서 당내 균열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정 대표 체제 이후 조직적인 반발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그간 개혁 추진 과정에서 당정 간 엇박자를 내며 강경 노선을 이끈 정 대표에 대한 불만과 정 대표 연임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친명 반발-지도부 진실게임 등 내홍 확산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대의원제에는 지역 균형, 전국 정당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전략적 보완장치가 담겨 있다”며 “1인 1표제를 도입한다는 이유로 보완장치의 취지까지 모두 없애버린다면 우리 당의 역사와 정체성, 가치를 훼손하는 우를 범하는 졸속 개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권리당원이 수도권과 호남에 집중된 만큼 영남 등 취약 지역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대의원 표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윤종군 의원도 “영남지역 당원들의 소속감, 자긍심 또한 약화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공개 설전이 벌어졌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정 대표가) 강행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7 대 2로 의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을 포함해 친명계인 한준호 최고위원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 하지만 한 지도부 관계자는 “비공개 회의 때 김병기 원내대표를 포함한 이언주 한준호 황명선 최고위원도 반대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원내·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당헌·당규 개정이)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선 기간이어야만 했는가”라고 정 대표를 비판했다. 2023년 친명 최대 원외 조직으로 출범한 혁신회의는 현재 현역 의원 44명이 참여하고, 회원 수가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2일 페이스북에 “164만5000여 명 권리당원의 압도적 다수인 83.19%가 여론조사에 불참했다”며 “찬성도 24만여 명으로 14.5%에 불과해 압도적 찬성이라는 지도부의 자화자찬이 낯뜨겁다”고 했다.

● 鄭 “李 대표 시절부터 꾸준히 논의”

당내 반발에도 정 대표는 23일 “1인 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이라고 강행을 시사했다. 정 대표 측 관계자는 “전당대회에서 공약했던 내용으로 24일 당무위원회와 28일 중앙위원회에서도 그대로 갈 것”이라며 “정 대표가 이 대통령과도 조율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헌·당규 개정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본격화되면서 당내 반발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명(비이재명)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정 대표가 무리한 연임 행보로 자충수를 둔 것”이라며 “중앙위 의결 과정에서 공개 토론의 장을 마련하지 않으면 정 대표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대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시절에 뽑힌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 다 죽이고 자신을 보고 유입된 강성 당원들한테 힘 실어주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가운데 정 대표의 연임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당헌·당규 개정안이 중앙위에서 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초선 의원은 “아직까진 정 대표가 추진하는 내용들을 다들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상처가 곪으면 고름이 터져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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