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유종]외항사 지방공항 취항할 매력적인 유인책 마련을

  • 동아일보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지난해 12월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선 일본 도쿠시마(徳島)행 여객기가 이륙했다. 주 3회 운항으로 국내 항공사가 도쿠시마행 정기 항공편을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도쿠시마는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4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섬 동부에 있다. 일본에서는 수십 종에 달하는 ‘도쿠시마 라멘’의 본산지로 잘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아직 낯선 곳이다. 도쿠시마현은 인구 69만 명, 도쿠시마시는 인구 25만 명에 그치는 ‘소도시 여행지’다.

올해 1∼9월 해외 관광객 1408만 명이 입국하며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00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관광객 73%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으로 들어왔다. 부산, 제주 등을 통해 들어온 입국자는 15.1%에 그쳤다. 해외 관광객이 지속해서 증가하려면 더 많은 지역을 찾고 숨은 지역 콘텐츠를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

공항은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지역을 세계와 연결하는 일종의 창구다. 지방공항을 통해서 입국하면 상대적으로 해당 지역에 일정 기간 체류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에 새로 공항을 짓자는 게 아니다. 이미 막대한 재원을 들여 지었지만 제대로 쓰이지 않는 여러 지방공항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9개 공항이 적자였다.

한국 항공사들은 일본 26개 도시를 운항한다. 반면 일본 항공사들은 인천, 김포를 잇는 노선만 두고 있다. 일본 항공사가 국내 지방공항에 운영하는 노선은 하나도 없다. 일본과 달리 대만 항공사는 인천, 김포뿐만 아니라 부산, 제주, 대구에도 취항한다. 지난해 부산을 통해 들어온 대만인은 36만 명으로 체급이 상대적으로 큰 일본(29만 명), 중국(10만 명)보다 많았다. 지방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가 많을수록 지방을 찾는 해외 관광객도 늘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외국계 항공사들이 국내 지방공항에 취항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규 취항하거나 증편할 경우 지방자치단체 지원으로 일정 기간 공항시설 사용료를 감면해 줄 수 있다. 일본 지자체는 직항 노선을 유치하기 위해 공항 이착륙료를 최대 100% 지원한다.

시설을 제대로 갖춘다면 국제선 환승 수요도 흡수할 수 있다. 일본 지방공항 국제선은 대체로 한국, 대만, 홍콩 정도인데 국내 지방공항이 노력한다면 일본에서 중국,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환승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일본에 가는 중국 단체관광객에겐 환승할 때 무비자로 일정 기간 체류할 수 있는 ‘환승관광 무비자 입국제도’를 적용할 수도 있다. 다만 체류 시간이 길지 않아 케이팝 콘서트 등 관광 프로그램을 꼼꼼히 맞물려야 한다.

한국은 올해 1∼9월 관광수지가 6억8140만 달러(약 1조 원) 적자다. 전국에 8개 국제공항이 건설돼 있지만 외국계 항공사 유치나 노선 확보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전남 보성 녹차밭, 신안 증도 태평염전 산책로 등 외국인에게 덜 알려진 숨은 명소들은 전국에 널렸다. 해외 관광객이 더 들어와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관문부터 제대로 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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