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소연]저출생 대책회의에 젊은 여성들은 왜 안 보일까?

  • 동아일보

각종 지원에도 출생률 반등 효과 미미해
출산 주체인 여성에 주목하지 않기 때문
비혼 출산 등 다양한 형태 출산 지원하고
출산-비출산 근로자 공정히 부담 나눠야

정소연 객원논설위원·변호사·SF작가
정소연 객원논설위원·변호사·SF작가
국회가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에 대해 심사에 착수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저출생 대응을 ‘5대 예산’ 중 하나로 꼽았다. 우리아이자립펀드 등 경제적 지원이 그 예라고 한다. 다자녀 가정에 대한 주거 지원이나 보증 대출 확대, 육아휴직 지원 등 경제적 지원부터 참가자들이 유아차를 몰고 달리는 행사까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중 어느 것도 인구 감소를 극복할 만큼 유의미한 절대 출생률의 반등을 가져오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대부분의 저출생 대응 정책이 출산의 주체인 여성이 아니라 가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즉, 여성의 출산 의사를 고양하고 지지하기보다는 출산한 여성이 포함된 가족을 지원하거나 심지어 비출산한 여성에게 불이익한 방향으로 수립된다.

이러한 정책 기조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출생 관련 의사결정자들 중 여성이 충분치 않고 그 연령대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 사회의 오랜 성차별로 인해 고위직 성비가 불균형한 만큼, 정책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성의 비율도 낮다. 일례로 6월 열린 제13차 인구비상대책회의 사진을 보면 회의실에 나이 든 남성들이 어찌나 많은지, 사진만 봐도 숨이 막힌다.

고위직 여성이 적은 상황 자체가 여성들에게는 비출산의 동력이 된다. 똑같은 공부를 하고 똑같이 노력해도, 심지어 더 능력이 있어도 아이를 낳으면 내 자리는 저기에 없다, 나는 결정의 주체가 아니라 저들 결정의 대상이 된다는 메시지를 남성들이 가득 찬 회의실만큼 가시화하는 것이 있을까. 나는 현재의 저출생이 정말 국가 위기에 준하는 상황이라면, 그에 대한 정책 결정에는 여성이 80%, 심지어 100% 참여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고위직에 여성이 부족하다면, 저출생 이슈에서는 중위직 여성을 끌어올려 더 큰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비혼 여성 출산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2024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라고 답한 미혼 여성은 26.0%에 불과했다. 이달 초에는 여성만 참가할 수 있는 ‘비혼페어’가 열렸는데, 이 민간 행사에 2000여 명이 모였다고 한다. 결혼이 더 이상 필수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 시대다.

이제 결혼과 출산을 분리해서 접근하고, 결혼 의사는 없지만 출산 의향은 있는 여성들이 출산할 만한 안정적이고 대안적인 사회제도를 제시해야 한다. 결혼하지 않으려는 여성이 모두 출산하지 않으려는 여성은 아니다. 남성과 법률혼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 아이는 갖고 싶은 여성들이 분명히 있다. 이 점을 지금보다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 최근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생활동반자법도 그 예가 될 수 있고, 난임 치료의 지원 대상을 출산을 희망하는 여성으로 확대하는 제도도 좋다. 가족, 부부, 이성 연인에 해당하지 않는 여성들의 출산을 적극적으로 포섭하고 환영해야 한다.

아울러 출산 및 양육자에 대한 지원이 비출산 근로자에게 차별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윗돌 빼어 아랫돌 괴듯이 운용하는 저출생 대응 정책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동참하는 양육을 어렵게 한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이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 정도로 단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당장 모두가 덜 일하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면, 최소한 옆 사람의 육아가 나의 업무량과 책임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임신·육아기 근로자들의 유연근무 확대 정책이 다른 근로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이나 사업주의 손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는 자칫 양육자와 어린이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이나 가임기 여성에 대한 더 교묘하고 간접적인 채용 차별을 야기할 위험도 있다.

지난해 신설된 육아기 단축업무 분담지원금 제도는 이 문제를 해소하려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분담지원금이 월 최대 20만 원에 불과하고 육아휴직자 1명당 동료 1명에게만 지급 가능해서 사업장의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비출산, 비양육 근로자들 또한 저출생에 간접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그 부담을 적절히 조정해 줘야 한다.

저출생은 한국뿐 아니라 여러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마주한 난제다. 아직 어느 나라도 완벽한 저출생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여성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결정하고, 기성 제도나 편견이 임신과 출산 결정을 제약하지 않고, 임신과 육아가 누구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에게 고른 부담이 되도록 애쓴다면, 인구 위기를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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