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검란’… 검사장 18명에 지청장까지 노만석에 집단반발

  • 동아일보

[대장동 항소 포기 파장]
검사장들 “항소 포기 이유 밝히라”… 대검 참모-평검사들 盧 사퇴 촉구
李정부 승진 임은정-김태훈은 불참
내년 폐지 앞둔 검찰 자중지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 조직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 조직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싼 후폭풍이 ‘검란(檢亂)’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일선 검사장들이 “납득할 수 없다”며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 차장검사)에게 설명을 공식 요구한 데 이어, 대검 참모들과 지청장, 평검사들까지 사퇴를 촉구하며 집단 반발에 나섰다. 검찰 안팎에선 “내년 검찰청 폐지를 앞둔 상황에서 수뇌부 리더십이 붕괴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 검사장들 “항소 포기 이유 밝히라”… 사실상 집단 항명

박재억 수원지검장 등 일선 검사장 18명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며 “권한대행의 입장엔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는 일선 검사장으로서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청한다”고 했다.

2012년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대검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며 중수부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자 대검 검사장급 간부들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결국 한 전 총장은 옷을 벗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일선에서 수사를 지휘하는 지검장들이 집단으로 공동행동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명단에는 일선 지검장 15명과 검사장급인 고검 차장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 그리고 8일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단에서 빠졌다. 임 지검장과 김 지검장은 현 정부 들어 승진한 ‘친정권 인사’로 분류된다.

● “법무부 승인 없어도 항소 강행했어야” 지적도

노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대검 부장(검사장급)들도 이날 오전 10시 회의에서 사퇴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회의 전 입장을 취합한 후 구두로 물러나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대검에서 근무하는 평검사 전원 또한 이날 오전 ‘대검 연구관 의견’이란 글을 통해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하시기를 요구한다”고 밝혔고, 일선청 부장검사급인 대검 과장들도 노 권한대행에게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

대검 지휘부의 연대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지검 산하의 지청 중 규모가 큰 차치지청의 지청장들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납득할 만한 설명과 지위에 걸맞은 자세를 촉구한다”며 이프로스에 성명을 냈다. 사실상 대검 지휘부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입장문에는 전국 차치지청장 10명 중 내란특검에 파견 중인 김종우 부천지청장 등을 제외한 8명이 이름을 올렸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의 승인을 받지 않더라도 법상 효력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지휘부가 책임지고 항소를 강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수사팀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는 단독 관청이기 때문에 윗선의 결재 없이도 법원에 직접 항소장을 접수시킬 수 있다”며 “수사팀이 뒤늦게 외부 탓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검찰청 폐지를 앞둔 상황에서 검찰이 대장동 항소 포기를 놓고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등을 놓고 검찰의 의견을 관철하기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란#검사장#검찰청 폐지#대장동 항소 포기#노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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