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 강풍타고 안동까지 덮쳐…고속도로 휴게소도 불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4일 2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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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야산에서 산불이 맹렬히 번지고 있다. 이 불은 의성군 점곡면에서 넘어온 산불이다. 안동=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2일 발생한 경북 의성군 산불이 사흘째 번지며 29km 떨어진 안동까지 확산했다. 영남 지역 산불로 축구장 1만4823개 크기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주민뿐만 아니라 산불 진화대원에게도 대피 명령이 떨어질 정도로 상황이 급박한 가운데 27일 전까지 비 예보가 없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경북 의성, 경남 하동, 울산 울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중·대형 산불을 진화 중인 곳은 경남 산청과 의성, 울주, 김해 등 4곳이다. 이날까지 피해를 본 산림 면적은 1만584ha(헥타르·24일 오후 9시 기준)로 집계됐다. 해당 지역 주민 4650명이 임시 주거시설로 대피했고 주택과 사찰 등 건물 134곳이 피해를 입었다.

처음 산불이 가장 거센 곳은 산청이었지만 현재는 의성의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의성 산불은 사흘째 타오르며 피해 면적도 8490ha로 확대됐다.산불이 빠르게 확산하자 인근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진화대원에게도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의성군은 24일 오후 2시 34분 발송한 재난 문자에서 “현재 산속에 있는 진화대원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간판이 날아갈 정도의 바람인 초속 15m 이상의 강풍을 타고 불길이 퍼진 가운데 바람이 더 세진다는 예보까지 이어지자 대피를 명령한 것이다.

24일 오전 경남 산청군 단성면에는 강풍으로 산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날과 이날 의성의 낮 최고기온이 각각 26도, 24도로 초여름 날씨까지 오르면서 산불을 더 키웠다. 산불 확산 탓에 산림청이 현장에 꾸렸던 산불현장지휘본부에도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의성 산불은 오후 4시 6분경 서산영덕고속도로 영덕 방면 점곡휴게소 화장실과 편의점에도 옮겨붙었고, 이후에는 29km 떨어진 안동시 길안면으로까지 번졌다. 안동시는 오후 4시 39분경 재난 문자를 통해 길안면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21일부터 나흘째 이어지는 산청군 시천면 산불도 강풍을 타고 25km 떨어진 하동군 옥종면 야산까지 번졌다. 이 지역은 근처에 딸기 비닐하우스가 밀집해 있어 재산 피해가 우려된다. 산림당국은 헬기 36대와 특수진화대 등 599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진화율은 85%로 전날 71%보다는 다소 올랐지만 강풍 탓에 주불은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시천면에선 주민 대피를 돕기 위해 이동하던 산불진화차가 경사로에서 넘어져 소방대원 2명이 다쳤다. 울주군에서는 22일 발생한 산불의 피해 면적이 전날 192ha에서 이날 오후 9시 기준 405ha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진화율은 95%다.

24일 오전 경남 산청군 단성면에는 강풍으로 산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관계당국은 울주와 의성 산불의 실화자를 각각 특정했다. 울주군 특별사법경찰은 60대 남성을, 의성군 특별사법경찰은 50대 남성을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울주 산불 실화자는 야산에 있는 농막에서 불씨가 튀는 용접 작업 도중, 의성 산불의 실화자는 야산 정상에서 묘지를 정리하던 중 산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국가유산 피해도 잇따랐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울산 산불로 천연기념물인 ‘울주 목도 상록수림’ 일부와 약 1km 길이의 산성인 ‘운화리 성지(城址)’ 일부가 소실됐다. 신라 681년 의상대사가 지은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 있던 일부 불화와 불상 등은 영주 부석사박물관으로 옮겨졌다.

25일 동해안을 중심으로 강풍특보가 발효되면서 의성 산불은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북 영덕과 울진 포항 경주에는 25일 낮 12시부터 강풍특보가 내려질 예정이다. 특히 경북에는 순간풍속 초속 19m를 넘는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 27일 전국에 비 소식이 있지만 기압의 영향에 따라 산불 지역을 비켜 서쪽 중심으로 내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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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5-03-24 23:00:38

    국회의원들 산불 진화에나 출동하라 허구한날 권력 뺏으려고 모략이나 꾸미며 그 비싼 국민 혈세의 세비를 받아 먹고..정말 분통 터진다. 의원이 안이고 역적 같은 존재로 국민들은 인식한다

  • 2025-03-24 22:01:15

    아악! 안동 고택들이 무사해야 할낀데.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건드리지 마소서.

  • 2025-03-25 00:16:42

    일본은 산지면적이 80%로 우리나라보다 10%가 더 많은데..지방관광지 도로가 거의 2차선이야..국토부에서 고속도로나 4차선으로 만들려고 하면 지방자치나 지방민들이 들고 일어나 반대를 한다고..개천이나 강변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있거든..자연을 살릴려고.. 생태계가 복원된다고 하네 ..우리나라는 여기도 도로 머리위로도 도로 산위로도 고가 산이란 산은 모두 터널로 구멍을 뚫어대고.. 멀쩡한 둑을 시멘트공구리로 떡칠을 해대네..수억평 문전옥답을 신도시만든다고 시멘트로 덮어버리고..일본은 산지를 제외한 20% 땅을 금지옥엽으로 아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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