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초대석]“의대생 복귀 마지노선은 이달 28일, 선배 의사들도 이젠 복귀 독려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6일 23시 15분


양오봉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공동회장
의대 학장들 제안 수용해 3058명만… 0명 선발, 추가 감원 주장은 불가
24일 전국 의대 대면수업 시작… 의대 교수들이 제자 전방위 설득 중
부실 교육 우려 안 해도 될 것… 의대생 대부분 돌아올 걸로 믿어
미복귀 시 학칙대로 유급 불가피… 내년엔 학습권 보장 못 할 수도

양오봉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공동회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4일 전국 의대에서 대면수업이 시작되면 의대생 대부분이 출석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만에 하나 미복귀할 경우에도 개강을 연기하거나 지난해처럼 요건에 안 맞는 휴학을 허용하는 일은 없다. 학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양오봉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공동회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4일 전국 의대에서 대면수업이 시작되면 의대생 대부분이 출석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만에 하나 미복귀할 경우에도 개강을 연기하거나 지난해처럼 요건에 안 맞는 휴학을 허용하는 일은 없다. 학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의대가 있는 전국 대학 40곳의 총장 모임인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7일 교육부와 함께 의대생들이 이달 중 복귀할 경우 2026학년도 입시에서 증원 전 정원인 3058명만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시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미복귀 시에는 학칙대로 유급시키고 증원된 인원을 모두 선발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학생을 협박하느냐”는 반발이, 환자단체에선 “1년 동안 희생했는데 결국 원점이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의총협 공동회장인 양오봉 전북대 총장(63)을 12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전북대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의대 정원 원상복귀 방침을 내놓은 이유와 의대생 복귀 전망 등에 대해 들었다.》


―내년도 모집인원을 줄이겠다고 한 이유가 뭔가.


“올해 의대생이 안 돌아오면 의학 교육이 파국을 맞게 된다. 내년 예과 1학년의 경우 3개년도 학생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의대 학장들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종태 이사장이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며 ‘의대 선발 인원을 되돌리면 학생들이 돌아올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제안했다. 의대생과 대화한 끝에 나온 제안으로 알고 있다. 저와 의총협 공동회장인 이해우 동아대 총장이 공감해 ‘이제 우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다른 총장들을 설득했다.”

―일부 사립대 총장은 반대했다고 들었다.

“대학 중에는 증원을 전제로 이미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교수도 채용한 곳이 많다. 전북대만 해도 이미 교수 15명을 채용했고 연말까지 17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시설 확충에도 올해까지 35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사립대의 경우 투자에 대한 부담이 국립대보다 크다 보니 모집 인원을 되돌리기가 더 쉽지 않다. 하지만 더 이상 의대생 복귀가 늦어지면 안 된다는 점과 2027학년도 이후는 국회에서 논의한 대로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에서 정원을 정하는 방식으로 증원이 이뤄질 것이니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이 결코 헛된 투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총장들을 설득했다.”

―발표 후 복귀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나.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의대 학장부터 교수까지 역할을 나눠 학생들을 전방위적으로 설득 중이다. 의대 학장들끼리도 매일 줌 회의를 하면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의대 교수들에게 학생 복귀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의료계의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의대 학장과 교수들이 뜻을 모아 내놓은 제안을 총장들이 수용한 것에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3월 셋째 주(17∼21일) 학생들이 상당수 돌아와 넷째 주(24∼28일) 대면 수업에는 대부분 출석할 것으로 믿고 있다.”

―의대생들이 의대 교수 말을 들을 것으로 보나.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의술을 가르쳐준 스승을 아버지처럼 여기라’는 내용이 있다. 또 이를 개정한 1948년 제네바 선언을 보면 첫 번째 항목이 ‘인류에 대한 봉사’, 두 번째 항목이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다. 지금 의대 교수들은 주 2회 이상 당직을 하면서 병원을 지키고 있다. 개원가로 나가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의료인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면서 제자를 양성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또 의대생은 결국 교수로부터 의술을 전수받아야 한다. 교수들은 제자들이 돌아오기만 하면 주말이든 방학이든 나와서 가르치겠다는 확고한 각오를 갖고 있다. 제자들을 위해 그렇게 하겠다는 교수들 말을 안 듣고 누구 말을 듣겠나.”

―올해 신입생은 증원 후 입학했음에도 수업에 안 나온다.

“수업 첫날 강의실을 돌아보니 의대 신입생 30%가량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당시 수업마다 10명씩은 출석했는데 지금은 1, 2명밖에 안 남았다. 같이 행동하자는 선배들의 요구가 강하고 과거 비슷한 사태 때 집단과 다른 행동을 했다가 따돌림을 당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수업을 듣고 싶어도 못 듣는 것 같다. 그런데 올해 신입생은 증원 사실을 알고 지원해 입학했다. 또 의료계에서 가장 약자다. 고학번이야 1, 2년 쉬었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25학번은 24학번과 함께 수업을 듣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 이들이 수업을 못 듣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달 말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복귀 시한이 언제인가.

“의대 학장들은 늦어도 이달 24일까지 모두 개강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전북대의 경우 이달 초 개강했지만 그동안 온라인 수업을 했고 24일부터 대면 수업을 진행한다. 의대 특성상 첫 주 대면수업에 안 들어오면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그리고 학칙상으로도 수업의 4분의 1 이상 빠지면 F 학점을 받고 유급하게 되는데 그 시점이 이달 28일이다. 결국 최종 데드라인은 28일이 될 것이다.”

―이달 28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유급이란 건가.

“반드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만약 안 돌아온다고 해도 지난해처럼 개강을 다시 연기하거나 질병 임신 등 규정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 휴학을 받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대학들도 이번에는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대학에는 의대생뿐 아니라 다른 단과대 학생도 있다. 지난해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휴학 신청이라도 받아줘야 한다는 국가적·국민적 컨센서스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 국민과 대학 구성원 모두 ‘또 그렇게 해줄 순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의대생 단체는 교육 준비가 안 됐다는 입장이다.

“의대생 단체 대표뿐 아니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도 그런 얘기를 한다. 24, 25학번을 합치면 증원 전의 2.5배나 되는데 이들을 6년 동안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대학과 의대에 맡겨 달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1년 동안 의대 교수와 학장, 총장이 머리를 맞대고 최선을 다해 교육을 준비했다. 24학번을 6개월 먼저 졸업시키기 위해 주말과 방학에도 수업을 해서 규정된 수업 시간을 모두 채울 계획이다. 이는 24, 25학번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선배 전공의가 안 돌아오니 의대생도 못 돌아오는 것 아닌가.

“의대생들은 아직 의사가 아니고, 의료계에서도 약자다. 의사가 되겠다는 필생의 꿈을 펼치기 전에 장기간 공부를 멈추고 있는 건 의료계 전체로 봐도 손실이다. 전공의 단체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제라도 ‘앞으로의 일은 선배 의사들에게 맡기고 의대생들은 돌아가 공부하라’고 해야 한다. 제가 전북대병원 이사장이라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잘 안다.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의대생 복귀 후 정부와 병원, 전공의 등이 머리를 맞대고 얼마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미복귀 시 증원된 인원을 모두 뽑겠다고 했다.

“대학 입장에서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여론과 환자단체 입장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 의료 사각지대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전북 지역만 해도 공공의료원 3곳이 있는데 모두 의사 정원을 못 채우고 있다. 규모가 작은 기초지자체에는 의사가 한두 명밖에 없는 지역도 태반이다. 그리고 대입 예고제에 따라 지난해 이미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예년보다 2000명 늘어난 5058명으로 공고했다. 입학 정원은 학칙으로 정하게 돼 있어 지난해 대학마다 교수평의회, 대학평의원회 등 내부 절차를 거쳐 학칙을 개정했다. 만약 상황 변화가 없다면 학칙에서 정한 정원만큼 뽑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5058명을 모두 선발하겠다는 건가.

“5058명이라도 모집 인원은 각 대학의 준비 상황에 따라 약간 차이날 수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안에서도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에서 결론이 안 나면 2026학년도 모집인원은 대학 총장이 정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전북대의 경우 원래 의대 정원이 142명인데 200명으로 정원을 늘렸다. 다만 2025학년도는 거점 국립대들이 증원분의 절반만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에 29명 늘어난 171명을 선발했다. 만약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171∼200명 사이에서 학내 논의를 거쳐 내년도 모집 인원을 정할 것이다.”

―의료계에선 ‘0명’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 학부모, 수험생에게 약속했던 증원을 철회하고 3058명만 뽑자고 한 건 대학 총장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안을 한 것이다. 2026학년도에 의대 신입생을 아예 선발하지 말라거나 기존 정원 미만을 뽑으란 의료계 일각의 주장은 대학 입장에선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아무리 급해도 대학이 넘지 말아야 할 금도가 있고, 지켜야 할 사회적 신뢰가 있다.”

―학생들이 안 돌아오면 내년도 수업은 어떻게 하나.

“그렇게 안 되길 바라지만 만에 하나 학생들이 안 돌아오면 내년 예과 1학년은 24∼26학번 신입생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는 말했다시피 여건상 불가능하다. 전북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26학번의 학습권을 우선 보장할 수밖에 없다. 24, 25학번의 경우 학습권이 보장된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른 총장들과도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비슷한 의견이 많았다. 본인들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은 본인들이 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대생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나.

“교육이 제대로 준비돼 있는지는 정말 걱정 안 해도 된다. 전북대의 경우 의대 교육 지원위원회를 만들어 강의실 의자까지 제가 직접 챙기고 있다. 또 470억 원을 들여 의대 건물을 짓고 있고 2028년까지 군산시에 500병상 규모의 새 병원도 짓고 있다. 돌아오기만 한다면 모집인원 추가 조정을 제외하고 24, 25학번 분리 교육 등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사항은 충분히 수용할 생각이다.”

양오봉 의총협 공동회장
△1985년 고려대 화학공학과 학사
△1987년 KAIST 화학공학 석사
△1991년 KAIST 화학공학 박사
△2023년∼현재 전북대 총장
△2025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양오봉#의대#선진화#총장협의회 공동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