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조 사채시장에 덤빈 직장 동료 셋… “연 3조 굴리는 핀테크 키워”[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 동아일보

영세 사업자 운용자금 융통 길 넓힌 올라핀테크
1주∼2개월 뒤 정산받는 사업자에 평가 엔진으로 1시간 내 선입금
은행 대출 못받는 소기업이 대상… 매출-운영 능력 등 200여 개로 평가
셋이 모여 10개월간 전력 다해 준비, 작년 흑자… “모든 사업자 금융 지원”

김상수 올라핀테크 대표가 2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자사 서비스 구현 방식을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한 판매사업자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김상수 올라핀테크 대표가 2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자사 서비스 구현 방식을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한 판매사업자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칼국숫집 사장이 있다. 하루에 200그릇씩 꼬박꼬박 파는 성실한 자영업자다. 밀가루 거래처 대금은 매달 5일에, 아르바이트생 급여는 15일에 나간다. 그런데 오늘은 4일. 통장 잔고가 바닥났다. 한 달이 다 돌고 나면 수지가 맞는 장사인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200만 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은행은 재무제표도 없고 신용 데이터도 부족한 칼국숫집 사장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그는 옆 가게 사장을 찾아간다. “김 사장, 200만 원만 꿔줘. 다음 달에 220만 원으로 갚을게.” 이게 어려우면 생명보험을 담보로 고금리 대출을 받는다.

이런 일은 전국 수십만 소상공인과 중소 사업자에겐 결코 낯설지 않다. 소상공인이 운영자금 등을 위해 사채로 빌리는 돈은 연간 45조 원 규모다. 올라핀테크 김상수 대표(47)가 이 숫자를 처음 마주했을 때, 머릿속에서 창업의 불꽃이 튀었다. 2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면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하겠다고 생각했다. 45조 원이라는 시장 규모도 창업의 자극제가 됐다”고 했다.

● 소상공인을 삼키는 ‘자금 지옥’

소상공인이 은행 대출을 거부당하는 이유는 그들이 ‘불량’해서가 아니다. 금융기관이 이들을 불량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을 심사할 때는 급여 내역, 자동차 할부 이력, 전세 및 자가 여부 등 방대한 정보가 금융기관에 흘러들어 가지만, 간이과세자 사업자번호 하나를 들고 찾아오는 소상공인에게 은행이 던지는 말은 한결같다. “재무제표를 가져오세요.” 가령 3년 동안 열심히 팔고 배달하고 포장했어도 정리된 재무제표가 없으면 그 사람은 금융 시스템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영업자의 신규 자금 조달 중 사채 비중이 34.4%에 달한다. 고금리 대출 잔액은 43조6000억 원을 넘어섰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사업자는 49%에 이른다.

김 대표는 “금융은 어려울 때 도와주고 여유가 있을 때 돌려받는 순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현대사회의 금융은 비가 오면 우산을 뺏고 해가 뜨면 쓰라고 내미는 꼴이다. 소상공인들이 항상 자금 부족에 허덕이는 건 그들 잘못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이들을 판단할 요소가 구조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 “평균 1시간 안에 입금하겠습니다”

올라핀테크의 해법은 단순하면서도 혁신적이었다. 온라인 판매 사업자가 쿠팡이나 지마켓 같은 플랫폼에서 받게 될 ‘정산 채권’을 올라핀테크에 양도하면, 올라핀테크가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즉각 평가해 현금을 선지급한다. 대출이 아니라 채권 매입이기 때문에 셀러의 신용등급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 서비스를 진짜 혁신으로 만든 것은 기술보다는 설계 구조다. 서비스 시작 당시 경쟁사들은 이용자에게 정산 계좌를 자사 계좌로 변경하도록 요구하거나, 산더미 같은 서류를 제출하게 했다. 마치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올라는 그것을 전부 없앴다. 기존 쇼핑몰 정산 계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청부터 심사, 지급까지 비대면 자동화로 처리하고 평균 1시간 이내에 입금한다. 김 대표는 “이전엔 이런 편의를 제공하는 업체가 없었다. 5∼6년 지난 지금은 저희를 벤치마킹해서 비슷해졌다. 저희가 만든 변화다”라고 했다.

물론 수수료가 있다. 김 대표는 “쇼핑몰마다 정산주기가 달라 수수료가 다른데, 0.4∼2.0%다. 건당 1%로 1000만 원을 선정산받으면 10만 원인 셈이다. 사업자분들께 자금을 융통할 선택권을 드린 건 맞지만 저희도 자금을 조달해 오는 비용이 있어서 연간 금리로 따지면 중금리(15% 미만) 정도다. 그래서 짧은 융통자금에만 활용하시라고 권한다”고 했다.

올라핀테크의 핵심 기술은 자체 개발한 ‘비금융 신용평가 모델’이다. 매출, 정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30초 안에 선정산 가능 금액을 산출한다. 판매량이나 취소율 같은 정량 지표와 리뷰 및 고객응대(CS) 처리 속도 같은 정성 데이터 등 200여 가지 요소를 결합해 사업자의 신뢰 점수를 자동으로 계산한다. 현재는 국내 최다 수준인 20개 이상의 쇼핑몰을 통합 지원하며 24시간, 365일 운영된다.

● 창업을 결단할 때 한 생각과 실천들

김 대표가 창업을 단순한 아이디어로 끝내지 않고 실행할 수 있었던 데는 냉정한 자기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79년생인 그는 2006년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한네트(ATM·PG) KSNET(PG사업팀) SK플래닛(재무지원팀 매니저) 다날(카드사업팀장)을 거치며 결제, 커머스, 금융의 접점을 직접 경험했다. 14년 동안 업의 본질을 파고들면서 하나의 확신에 도달했다. 내가 알고 있는 이 업계의 고충을 내 지식과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창업을 앞두고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공동창업자를 찾는 것이었다. 다날에서 만난 정남기현 부대표와 고경환 현 그로스본부장이 그 상대였다. 정 부대표는 컴투스, LGU+, 세가퍼블리싱코리아를 거쳐 다날 대외전략팀장을 지낸 사업기획 전문가였고, 고경환 그로스본부장은 아트디렉터 출신으로 브랜딩과 프로덕트 메이킹을 주도해 온 인물이었다. 김 대표는 “저는 혼자 창업하는 것보다 공동창업을 하라고 주변에 권합니다. 각자의 능력과 역할에 맞춰 일을 나누고, 같은 꿈을 꾸며 함께 노력하는 느낌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됩니다”라고 했다.

2019년 1월, 셋은 창업 준비에 전업으로 뛰어들었다. 10개월이 넘도록 서로 치열하게 논의하고, 시장을 조사하고, 수치를 검증했다. 김 대표는 “수익이 얼마나 날지, 유지가 될지만 논의한 게 아니었다. 이게 되면 우리를 얼마나 가슴 뛰게 할 수 있을지, 그것도 우리 사이의 합의 대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사업을 해도 될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저는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저를 파괴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배달일이라도 해서 다시 살아가면 된다는 태도가 확실했습니다.”

창업자를 끝까지 버티게 하는 것은 사업계획서가 아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면의 답이다. 김 대표에게 그 답은 45조 원이라는 숫자에 있었다. 김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면 사채로 동원되는 45조 원이 어떤 형태로든 금융회사로부터 조달될 수 있고, 그러면 금리도 낮아지고 사람들이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 세상 모든 사업자용으로 진화

2025년 코리아 이커머스 페어에 참여한 올라핀테크. 
올라핀테크 제공
2025년 코리아 이커머스 페어에 참여한 올라핀테크. 올라핀테크 제공
올해 2월 기준으로 누적 지급금액 6조8078억 원, 누적 지급 건수 102만3432건, 누적 가입자 4만1383명이다. 매월 4000∼5000명의 사업자가 900억∼1000억 원을 유동화하고 있다. 올라핀테크는 현재 KB국민카드와 키움캐피털의 자금을 끌어와 이 규모를 뒷받침하고 있다.

2020년 서비스를 내놓고 그해 매출 1억 원으로 시작해 36억 원(2022년), 95억 원(2023년), 170억 원(2024년)으로 성장했다. 2025년에는 매출 205억 원에 당기순이익 7억 원으로 첫 흑자를 냈다. 위험이 없지는 않다. 부실채권이 제일 큰 위험이다. 김 대표는 “1건의 부실채권이 100건의 수익을 갉아먹을 수 있다. 평가 엔진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로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올라핀테크는 올해 큰 진전을 시작했다. 2월에 출시한 ‘레븐(REVN)’은 이커머스를 넘어 확정 매출채권이 존재하는 모든 기업 간(B2B) 사업자를 대상으로 선정산 모델을 적용하는 서비스다. 중장기 로드맵은 더 크다. 2027∼2028년 데이터 기반 사업자 대출 50조 원 달성, 2029년 이후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글로벌 사업자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저희가 지금 연간 3조 원가량 유동성을 제공하는데, 45조 원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고충을 겪는 사업자가 훨씬 많은 것이다. ‘모든 사업자의 자금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전을 차근차근 실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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