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풀린 ‘AI 레시피’… “오픈소스 모델 기술, 오픈AI 턱밑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3일 03시 00분


中 딥시크-美 메타-佛 미스트랄 등
AI 후발주자들 영향력 급속 확대
폐쇄형 고수 오픈AI도 필요성 인정
국내 업계 “美-中에 뒤처진 기술력… 오픈소스 확대가 구원투수 될 것”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AI 스타트업 글리터컴퍼니는 서비스 개발에 오픈소스인 메타의 ‘라마’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무료인 ‘라마’를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더니 기존 오픈AI 모델만 단독 사용할 때보다 API 비용(모델 사용료)을 70%가량 줄일 수 있었다. 이 회사 신현규 대표는 12일 “우리 같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개발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오픈소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국 딥시크와 미국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프랑스 미스트랄 등 AI 후발 주자들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진영이 AI 업계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넓히고 있다. 국내에선 LG그룹이 엑사원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소스 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수정·배포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 줄줄이 공개되는 ‘AI 레시피’

오픈소스는 말하자면 줄을 서는 맛집의 ‘레시피’를 공개하는 것이다. 레시피가 드러나면 일종의 ‘집단 지성’을 통해 AI 성능 개선이 매우 빠르게 이뤄지는 효과를 얻는다. 오픈소스로 AI모델을 가져다 튜닝해 쓰는 기업들 입장에선 직접 부담해야 하는 개발비를 줄일 수 있다.

GPT(오픈AI), 제미나이(구글) 등 폐쇄형은 데이터를 해당 모델의 서버로 전송해야 해 보안 및 데이터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데 반해 오픈소스는 보안 측면에서도 자유롭다. 다만 오픈소스를 활용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악성 AI ‘웜GPT(WormGPT)’를 만들어낸 사례에서 보듯,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AI업계의 ‘애플’을 표방하며 폐쇄형을 고수하던 오픈AI도 ‘딥시크 쇼크’ 이후 오픈소스 전략의 필요성을 인정할 정도로 업계가 변곡점을 맞았다. 최근 미국 휴머노이드 기업 피규어 AI도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끝내며 “우리는 오픈소스 모델을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실적발표회에서 “오픈소스 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걸 AI 기업인 BHSN의 김형준 AI최고개발책임자(CAIO)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도 오픈소스로 시작했다”며 “최근 들어 오픈소스 진영과 폐쇄형 진영의 기술 격차가 1년 이내로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 “오픈소스는 후발주자 한국에 기회”

오픈소스 확대가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국내 AI산업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업계에 확대되고 있다. GPU 등 컴퓨팅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이 후발주자로서 개발비용을 줄이면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오픈소스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 기업들은 라마 등 오픈소스 AI 모델들을 활용해 바이두의 어니, 알리바바의 큐원, 텐센트의 훈위안 등 자체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과학기술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인 KONI(고니) 개발에 ‘라마’를 활용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관계자는 “전력 등 국가인프라나 군수 분야에선 더욱 데이터 유출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보안에 강한 오픈소스 모델을 쓸 수밖에 없다”며 “개발자들은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각자 튜닝할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을 쓰려고 하는 추세”라고 했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인프라로는 글로벌 빅테크에 맞설 수 있는 초거대 모델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제조, 금융, 의료, IT서비스 등에서 오픈소스 기반 ‘특화 AI 모델’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AI 레시피#오픈소스#국내 AI산업#딥시크#메타#미스트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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