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통상전쟁]
“미국산 원유-車엔 10% 관세 부과
텅스텐 등 희귀광물 수출통제 시행”
1기때와 달리 美농산물은 제외… “향후 협상위해 보복수위 조절” 분석
중국이 4일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에 15%, 원유 농기계 대형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발표한 것에 따른 보복 조치다.
중국은 이와 함께 미국 대표 빅테크로 꼽히는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 실시, 텅스텐 등 희귀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도 발표했다. 미국의 관세 위협에 굴복해 국경 및 마약 단속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멕시코, 캐나다와 완전히 상반된 행보다. 미국과 중국의 ‘강 대 강’ 대치에 주요 2개국(G2)의 통상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중국이 보복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도 있어 양측이 협상을 통해 절충안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中도 보복 관세, 구글 조사, 희귀 광물 수출 통제 나서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미국산 석탄과 LNG에 15%, 원유 농기계 픽업트럭과 대형 자동차 등에 10% 관세를 부과한다”며 “미국이 마약 펜타닐을 이유로 중국에 일방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이에 상응하는 비율과 규모로 보복 관세를 매겼다. 이번에는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석유시추 업계와 자동차 제조업을 정조준해 10∼15% 관세로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같은 날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체계는 여전히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통신기업의 운영 체제로 쓰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유명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을 소유한 PVH그룹, 생명공학 업체 일루미나 등 미국 기업 2곳을 ‘신뢰할 수 없는 업체’ 명단에 포함시켰다. 또 텅스텐, 텔루르,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의 5개 희귀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도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무기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텅스텐은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사용된 텅스텐의 4분의 1 이상이 중국산이다.
● 전면적 통상전쟁으로 번질지는 지켜봐야
미국과 중국의 맞불 관세가 향후 양국의 전면적이며 장기적인 통상전쟁으로 격화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번에 중국이 관세를 부과한 미국산 LNG는 중국 전체 수입량의 6% 수준이며 원유와 석탄 역시 수입 비중이 작은 편이다. 또 중국은 트럼프 1기 때 대두, 옥수수 등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 관세를 매겼던 것과 달리 이날 미국산 농산물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중국이 실제 보복 효과보다는 상징적 의미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를 보내면서도 자국의 중요한 자원 확보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응했다”고 전했다. 반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호 관세 부과가 시작된 만큼 긴장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양측이 상당한 타협을 해야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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