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달초 美의 ‘테러 사전 경고’ 무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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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소행”에도 우크라 배후설 주장
“국민 시선 돌려 공세강화 포석” 분석
CNN “이번 테러, 푸틴에 타격 입힐것”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쿠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22일(현지 시간)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미국이 3월 초 러시아 측에 테러 첩보를 공유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 정보기관이 첩보를 입수해 전달했지만 러시아 측이 이를 무시했다는 취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사진)이 테러 방지 실패의 책임을 돌리려고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은 23일 성명을 내고 “이미 이번 달 초 (IS-K가) 모스크바 테러 공격을 모의하고 있다는 첩보를 러시아에 공유했으며, 러시아에 있는 미국인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했었다”라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실제 이달 7일엔 주러 미국대사관이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혼잡한 장소를 피하라고 촉구하는 테러 경보를 보냈다. 이 경보에는 “극단주의자들이 모스크바에서 콘서트를 포함한 대규모 집회를 표적으로 삼을 계획이 임박했다는 보고를 주시하고 있다”며 “48시간 이내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상세한 첩보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19일 미국의 경고에 대해 “이런 노골적인 협박은 러시아 사회를 불안정하게 흔들고 위협하려는 도발”이라고 공개 비난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테러가 발생했다.

푸틴 대통령은 23일 대국민 연설에선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하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개입설을 제기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도 “IS는 작전 후 종교적 이유로 북향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크라 국경(남서쪽)을 향하다 검거됐다”며 “IS의 소행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이 이번 테러 방지에 실패한 책임에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고, 우크라이나 공세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내부에도 전쟁 피로감이 있는 상황에서 반(反)우크라이나 정서를 강화하고 징집을 늘리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테러가 막 종신 집권의 길을 연 푸틴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N은 “푸틴 대통령이 5연임에 성공한 직후 러시아가 대학살의 소용돌이에 빠졌다”며 “이번 대규모 테러는 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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