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아과 전공의 월100만원 지원”… 교수는 집단사직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9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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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혼란]
급여外 수련비용 지원하기로… 전공의 보호-신고 핫라인도 운영
아산병원 교수들 집단사직 결의… 빅5 병원 의대들 연대 가능성도

정부가 이달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게 급여와 별도로 매달 100만 원의 수련 비용을 지원하고, 파업 불참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병원과 의대에선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며 사태가 더 확산되고 있다.

● 전공의 수당 지급하고 핫라인 개설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3.8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3.8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주재하고 전공의 처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당장 이달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에게 매월 100만 원씩 수련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만 받아온 수련 보조 수당을 확대한 것이다. 또 전공의들이 겪는 유무형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며 ‘전공의 상담 창구’ 개설 방침도 밝혔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병원에 남아 있거나 복귀한 전공의들을 비판하며 실명 일부가 포함된 리스트까지 만들었다는 논란을 두고 한 총리는 “인격적 폭력이며 국민께 실망과 분노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관련 조치도 지시했다.

정부는 따돌림당하는 전공의들이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도 복지부 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철저히 익명을 보장해 전공의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핫라인(직통) 형태로 운영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못하도록 교사·방조한 행위와 협박성 보복 등 위법사항을 철저히 점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정부는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에 대해 연속 근무 제한 시간을 현재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조속히 검토해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교수 집단 사직 결의 움직임
중대본에 따르면 7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전공의 1만2907명 중 계약을 포기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1만1985명(92.9%)에 달했다. 전공의들이 여전히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형병원 및 의대 교수들은 “제자들을 지키겠다”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 교수 등으로 구성된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긴급 총회에서 ‘전원 사직서 제출’을 결정했다. 일각에선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성균관대 의대가 연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5곳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들은 이번 주말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전국 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9일 비공개 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등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집단 사직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대학이나 병원 측이 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동맹 휴학한 의대생에게 유급 예고가 전달된 첫 사례도 나왔다. 8일 한림대에 따르면 동맹 휴학에 참여한 이 대학 의대생 80여 명에게 수업 일수가 미달돼 유급을 예고한다는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교육부는 “한림대 기초해부학 과목 담당 교수가 학생들이 정해진 유급 기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여 학교와 상의 없이 유급 예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한림대 의대는 과목별 유급 기준이 다르다. 학교 측은 문제 없이 잘 협의하겠다고 교육부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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