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세력이 황금어장 차지”… 고창 만돌갯벌 어민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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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부안 해상경계선 확정 당시… 일부 어민 획득한 대체어장 놓고
주민들 “어촌계 동의 없이 취득”
고창군 해당 어장이설 취소 결정에… 취득 어민, 행정소송 제기해 ‘승소’
군 “절차 부당… 항소 이어가겠다”

19일 전북 고창군 심원면 만돌리 만돌갯벌 입구에는 서로 다른 입장이 적힌 현수막 2개가 걸려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9일 전북 고창군 심원면 만돌리 만돌갯벌 입구에는 서로 다른 입장이 적힌 현수막 2개가 걸려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9일 전북 고창군 심원면 드넓은 만돌갯벌 입구. 봄비가 내린 이날 갯벌에는 어민들이 보이지 않았고 갈매기만 해무 사이로 날아다니는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평온한 어촌마을 풍경과 달리 입구에는 주민들 간 갯벌 20ha(헥타르)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적은 현수막 2개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곰소만 일부인 만돌갯벌은 720.5ha 넓이로 조개류인 백합, 동죽, 바지락 등이 주로 채취된다. 만돌갯벌은 심원면 주민 1000여 명이 조개를 캐는 맨손어장이다. 특히 만돌갯벌은 만돌리 주민 280여 명에게 소중한 생계 터전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삶의 터전이었던 만돌갯벌은 2년 전부터 주민들 간 갈등의 장소로 변했다. 분쟁을 불러온 갯벌 20ha에는 출입을 제한하는 듯한 쇠말뚝이 설치됐고 해경이 112신고를 받고 수시로 출동하고 있다.

갯벌 20ha를 둘러싼 갈등은 2019년 헌법재판소가 고창군과 부안군 간 해상경계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확정하면서 시작됐다. 해상경계선 확정으로 고창군은 부안군 위도 쪽 해상 일부를 얻었고 부안군은 고창의 곰소만 갯벌 일부를 취득했다.

봄비가 내린 19일 만돌갯벌에는 어민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민들이 작업을 할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말뚝을 따라 1km가량 바다 
방향으로 가면 최근 갈등이 불거진 대체어장 20ha가 나온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봄비가 내린 19일 만돌갯벌에는 어민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민들이 작업을 할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말뚝을 따라 1km가량 바다 방향으로 가면 최근 갈등이 불거진 대체어장 20ha가 나온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에 기존 부안군 해역에서 어장 4, 5개를 소유하고 있던 어민들은 새로운 해상경계선 확정으로 어장을 잃게 되자 만돌리 주변 갯벌에 대체어장을 갖게 됐다. 대체어장 4, 5곳 가운데 윤모 씨 등 5명의 대체어장 1곳(20ha)이 주민들 간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김모 씨 등 주민들은 “윤 씨 등이 기존에 갖고 있던 어장은 수심이 깊어 조개류가 채취되지 않는 어장이었고 대체어장은 동죽, 백합 등이 가득한 땅”이라며 “윤 씨 등 지역 유지 5명이 만돌갯벌 종묘장 역할을 하는 주민들의 공동어장을 독차지하려고 해 갈등이 불거졌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된 20ha 외에 다른 곳에서 대체어장을 경작한다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 씨 등이 만월어촌계 회원 140명 중 80명의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하지만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 씨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대체어장 20ha를 소유하게 됐는데 고창군이 일방적으로 어장 개발을 취소해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며 “어촌계 모임에서 문제가 된 대체어장 20ha 중 일부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월어촌계 회원들에게 받은 합의서는 정당한 절차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창군은 지난해 3월 만돌갯벌 20ha대체어장 처분과 관련해 어촌계 의견수렴 없이 어촌계장이 임의로 동의서를 제출한 것을 확인하고 윤 씨 등 5명을 상대로 어장 이설 취소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윤 씨 등은 고창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1심에서 승소했다. 고창군은 현재 만돌갯벌에 조개류, 해초류 등 어장(양식장) 33건의 허가를 내준 상황이지만 20ha 대체어장 한 곳만 분쟁이 불거졌다.

고창군 관계자는 25일 “윤 씨 등 5명이 소유한 만돌갯벌 20ha의 동의서가 어촌계 의견 수렴 없이 제출된 것으로 판단해 항소하는 등 법적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고창#만돌갯벌#어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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