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비밀의 방’ 500년만에 첫 일반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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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피렌체 메디치예배당 지하 공간
1530년 사형선고 피해 2개월 숨어
1975년 관람객용 새 출구 찾다 발견
벽엔 숯으로 그린 인물화 60~70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화가 미켈란젤로가 1530년 교황의 사형선고를 피해 지낸 것으로 알려진 피렌체의 메디치예배당 지하의 방. 벽면에 미켈란젤로가 숯으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펼쳐져 있다. 피렌체=AP 뉴시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화가 미켈란젤로가 1530년 교황의 사형선고를 피해 지낸 것으로 알려진 피렌체의 메디치예배당 지하의 방. 벽면에 미켈란젤로가 숯으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펼쳐져 있다. 피렌체=AP 뉴시스
이탈리아 르네상스 대표 화가 미켈란젤로(1475∼1564)가 교황의 사형 선고를 피해 숨어 지낸 ‘비밀의 방’을 대중이 볼 수 있게 됐다. 1975년 발견된 이 방은 그동안 미술학자나 언론인 등에게만 공개됐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피렌체 메디치예배당 지하에 있는 비밀의 방이 이달 15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일반에 개방된다. 미켈란젤로는 1530년 클레멘스 7세 교황의 노여움을 사 이곳에서 약 2개월간 숨어 지내며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켈란젤로는 피렌체를 지배하던 메디치 가문을 쫓아낸 공화정을 지지했다. 하지만 피렌체 지배권을 되찾은 메디치 가문 출신 클레멘스 7세는 미켈란젤로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후 사면을 받자 메디치 가문을 위해 시스티나성당에 걸작 ‘최후의 심판’을 남겼다.

이 방은 길이 10m, 폭 3m, 높이 2.5m 규모로, 1975년 박물관이자 성당인 메디치예배당 파올로 달 포제토 관장이 관람객을 위한 새로운 출구를 찾다가 발견했다. 벽에 감춰진 문을 열자 지하로 내려가는 좁고 가파른 계단이 이어졌고 그 끝에 석탄이 가득한 방이 나왔다. 방에는 창문 하나만 있었고 이를 통해 희미한 빛이 들어왔다. 벽에 바른 석회를 두 겹 벗겨내자 숯으로 그린 인물화 60∼70개가 나타났다.

포제토 당시 관장은 이 그림들이 미켈란젤로 작품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진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파올라 다고스티노 현 관장은 “미켈란젤로가 이 방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작품 목록을 제작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설명했다.

이 그림들의 보존을 위해 비밀의 방 개방은 한 번에 4명씩, 일주일에 100명에게만 이뤄진다. 최장 15분간 방에 머물 수 있다. 바르젤로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으며 방으로 향하는 계단이 가팔라 10세 미만은 입장할 수 없다. 입장권은 20유로(약 2만8700원). 박물관 입장료 10유로(약 1만4300원)는 따로 내야 한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켈란젤로#비밀의 방#첫 일반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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