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변의 무코리타’에서 무코리타 주민 미조구치(왼쪽)가 아들과 몰래 스키야키를 먹자 이웃인 야마다, 시마다가 부리나케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와 고기를 빼앗아 먹고 있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사소한 행복을 찾아 나가다 보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어. 어떤 상황이라도.”
흰 쌀밥과 따뜻한 된장국, 그리고 마주 앉아 함께 젓가락을 들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도 괜찮은 하루를 살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가 23일 개봉한다. 영화 ‘카모메 식당’(2007년)으로 한국에 잘 알려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신작이다. ‘무코리타(牟呼栗多)’는 불교의 시간 단위로 약 48분을 의미한다. 노을이 지기 시작해 어두워질 때까지 만큼의 시간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영화는 야마다(마쓰야마 겐이치)가 강변의 낡은 ‘무코리타 연립주택’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엉망으로 살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은 어촌 마을 공장에 취직한 그는 공장 사장의 소개로 무코리타에 입주한다.
무코리타 사람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피부로 느끼며 산다. 집주인 미나미(미쓰시마 히카리)는 암으로 잃은 남편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고, 이웃집 시마다(무로 쓰요시) 역시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산다. 싱글대디 미조구치(요시오카 히데타카)는 어린 아들과 묘석을 방문 판매하러 다니며 문전박대를 당하는 게 일상이다.
돈이 없어 쫄쫄 굶으며 방바닥에 누워 혼자 배고픔을 달래던 야마다의 일상은 이웃집 시마다의 오지랖으로 점점 바뀌어 간다. 시마다는 방범창을 벌컥 열어 야마다에게 직접 기른 오이와 토마토를 건네주고, 야마다가 쓴 목욕물을 자기도 쓰겠다며 욕실로 뛰어 들어간다. 야마다가 마침내 기다리던 월급을 받아 흰 쌀밥을 짓자 부리나케 밥그릇을 가져와 “같이 먹어야 맛있다”며 맞은편에 앉는다. 그 뻔뻔함에 황당해하던 야마다도 점점 웃음을 되찾아 간다.
그런 야마다에게 평생 얼굴도 모르고 산 아버지의 고독사 소식이 전해진다. 그에게 아버지의 유골은 심적, 금전적인 부담이 될 뿐이다. 유골을 처리하지도 못하고 단지 안에 보관하고 있는 그에게 무코리타 사람들은 “장례식을 열자”고 제안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차려입고 강변으로 향하며 야마다 아버지의 명복을 빈다.
영화는 상실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어떻게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하고, 남은 하루를 살아가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오기가미 감독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죽음이라는 주제를 너무 무겁게 느끼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다. 식탁에 빙 둘러앉아 스키야키를 나눠 먹는 무코리타 사람들은 피가 섞이지 않아도 밥을 같이 먹는 게 식구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