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고온건조… 캐나다서만 산불 하루 400여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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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포그’ 뒤덮인 美동부]
加 산불 절반인 239건 통제 불능
올해만 축구장 530만개 면적 불타
연기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도 커져

미국 뉴욕시를 포함해 동부 하늘을 뒤덮은 오렌지색 연기는 캐나다 산불로 인한 것이다. 이 지역 산불은 지난달 동부 퀘벡주에서 발생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당분간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돼 캐나다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가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캐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7일(현지 시간) 기준 캐나다 전역에서 보고된 산불은 414건이며 이 중 239건이 통제 불능 상태다. 산불은 퀘벡주와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 및 앨버타주 등을 중심으로 캐나다 전역으로 확산됐다. 피해가 가장 큰 퀘벡주는 일부 도로가 폐쇄됐고 고압 송전선이 끊기는가 하면 통신이 두절되는 등 주요 인프라가 위협받고 있다. 산불 진압을 위해 모든 국가 자원을 동원하는 ‘국가 준비 5단계’가 선포된 상태다.

이번 산불은 시기상 이례적으로 빠르게 대형 피해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캐나다에서는 5∼10월 주로 서부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는데 올해는 동부와 서부에서 모두 산불이 나면서 피해가 더 심해졌다. 이날까지 캐나다에서는 축구장 약 530만 개 면적인 380만 헥타르(3만8000㎢)가 소실됐다. 5∼10월 기준 지난 10년 연평균 산불 피해 면적의 약 15배다. 빌 블레어 캐나다 비상계획부 장관은 1일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기에는) 전례 없이 이른 때”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의 한 원인으로 근래 지속된 고온 건조한 날씨를 꼽고 있다. 4월 두 저기압골 사이에 고기압이 끼며 공기 흐름이 정체되는 ‘오메가 블록’이 캐나다 상공에 형성됐는데 이로 인해 캐나다 중남부 산맥 일대 기온이 올라 화재를 키웠다는 것이다. 마이크 플래니건 캐나다 톰프슨리버스대 비상관리소방과학연구소 소장은 “기온 상승으로 산불 진화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며 “현대 들어 관련 기록에서 이런 날씨를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과거보다 더 고온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하거나 불길이 빠르게 확산돼 진화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무나 풀이 바짝 말라 있어 평소 같은 번개에도 불이 붙는 경우가 늘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붙을 확률도 커진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달 11만 헥타르(1100㎢ )를 태우고 사망자 21명을 낸 러시아 중남부 쿠르간주 산불도 이 같은 기후변화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엔은 지난해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2050년까지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가 현재보다 최대 30%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불이 빈번해질수록 산불 연기가 인간 호흡기 등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산불로 캐나다 대기 오염 수준은 평소보다 서너 배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질 바움가르트너 캐나다 맥길대 인구 및 세계보건연구소 교수는 “산불 연기는 더 이상 인간이 단기적으로 노출되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기후변화#고온건조#축구장 530만개 면적 불타#대기오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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