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를 제2의 반도체로”… 혁신기업 발굴해 글로벌 시장 선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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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처 전 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 유니콘기업 선정 발표
AI 도입한 치과 보철물 제작 기술
비용 획기적으로 줄인 로봇 의수 등
2027년까지 세계 5위 수출국 목표

혁신적인 의료기기들을 지원하는 범부처 전 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이 최근 열린 2023년 성과보고회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국내 기업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범부처 전 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 제공
혁신적인 의료기기들을 지원하는 범부처 전 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이 최근 열린 2023년 성과보고회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국내 기업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범부처 전 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 제공
바이오·디지털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범정부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전 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은 최근 ‘2023년 성과 보고회’를 열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의료기기 기업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사업단은 2020∼2025년 총 1조2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바이오·디지털헬스 분야 신생기업을 키워내겠다는 계획이다. 김법민 사업단장은 “기술개발→제품화→임상→인허가→사업화까지 전 주기 통합지원을 통해 궁극적으로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글로벌 리딩 제품이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 최초 제품의 의료기기
치아 촬영 및 보철 관련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이마고웍스, 오디에스, 바텍은 환자의 치아와 잇몸을 비롯한 구강 내부 구조를 2차원(2D)이 아닌 3차원(3D)으로 촬영하는 스캐너를 개발하고 있다. 또 디지털 치과 보철물 제작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디자인 시간을 기존보다 10분의 1로 줄여 생산성을 4배 이상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세계 최초로 AI와 클라우드 기반 환자 맞춤형 치과 통합 솔루션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항공대산학협력단은 레이저가 진동으로 바뀌는 ‘광음향’을 이용해 우리 손과 발에 있는 말초혈관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진단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대신 앞으로는 광음향을 이용해 당뇨 환자 등의 말초혈관의 막힘 유무를 쉽고 간단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동 대량 분자진단장비를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바이오니아는 통상 4시간 이상 걸리던 에이즈, B형 간염 및 C형 간염 등 검체 검사 시간을 60% 이상 단축했다. 기존 진단장비의 4분의 1 크기인 것도 장점이다.

●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되는 의료기기
손가락 부위가 절단돼 의수를 착용해야 되는 환자를 위해 로봇 의수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만드로㈜도 이번에 선정됐다. 로봇 의수의 핵심 부품인 초소형 모터와 감속기, 컨트롤러의 구동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외국에선 의수를 착용하려면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만드로㈜가 만들고 있는 손가락 의수의 경우 비용이 10분의 1 정도다. 수입 의수는 가격이 비싸 국내 보급률이 0.1%에 머물고 있다. 해당 제품이 생산되면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MRI 영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에어스메디컬은 1시간가량 걸리는 MRI 검사 시간을 최대 10분의 1로 줄이면서 촬영 품질도 개선했다.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가천대산학협력단은 뇌종양(두경부) 환자의 방사선 치료 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다. 두경부암 환자로부터 얻은 암조직으로 배양한 암 덩어리(오가노이드)에 방사선 치료를 해보고 그 반응을 측정한다. 방사선 치료의 효과는 환자마다 제각각인데 진단키트를 통해 효과가 입증되면 방사선 치료를, 그렇지 않으면 수술을 선택해 치료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 의료기기 국산화에 앞장선 의료기기

내시경에는 신체에 들어가는 스코프가 달려 있다. 이것이 굵고 딱딱하면 경성, 유연하게 휘면 연성이다. 연성 내시경은 환자의 통증을 크게 줄여주지만, 경성 내시경에 비해 화질이 좋지 못하다. 이번에 연성 내시경의 화질까지 개선한 기업이 메디인테크다. 2025년까지 AI와 전동화 기술을 적용한 내시경을 개발해 세계 내시경 시장을 독점한 일본 제품에 도전장을 낸다.

설치 공간, 도입 비용을 줄이면서도 더 높은 성능을 내는 고해상도 다목적 PET 시스템을 개발한 브라이토닉스이미징도 PET 국산화에 도전한다. 다목적 PET 시스템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같은 노인성 질환을 조기 진단하고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인 ‘이오패치’를 개발한 이오플로우는 미국 글로벌 기업 메드트로닉에 인수돼 화제가 됐다. 배나 팔뚝 등 몸에 패치를 부착하면 주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한 뒤 인슐린을 자동으로 투여한다. 이오패치는 사업단이 2020년 하반기 임상시험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왔다. 한국 의료기기로는 처음 미국식품의약국(FDA)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휴대용 심폐순환보조장치(에크모) 상용화에 기여한 삼성서울병원, 강원대, 인성메디칼, 시지바이오 팀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으로 인해 폐가 망가진 환자들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크모 국산화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에서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업들은 K의료기기 시장을 개척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2월 정부는 2021년 86억 달러 수준이었던 의료기기 수출액을 2027년까지 160억 달러로 늘려 세계 5위 수출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의료기기#제2의 반도체#혁신기업 발굴#글로벌 시장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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