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장 위험해 보이는 질문이 위로가 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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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충동에 관한 직접적인 질문
솔직한 생각 털어놓게 하는 효과
단답형 대답보다 긴 대답 유도해야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로리 오코너 지음·정지호 옮김/424쪽·2만4000원·심심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80만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한 달에 1000명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

자살 위험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자살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혹여 자살 충동을 더 부추기지 않을까? 반대다. 25년간 자살 관련 연구를 해 온 저자는 직접적으로 묻는 것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오히려 누군가가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다고 느껴 안도감을 갖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 건강심리학과 교수로 국제자살예방협회(IASP)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자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포함해 자살에 대한 심리와 그 원인, 예방책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자살을 선택한 사람은 원래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다’, ‘치명도가 낮은 자살 수단을 사용한 사람은 정말로 목숨을 끊을 생각이 없고 관심을 받으려고 한다’,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은 모두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이 있다’ 같은 속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자살률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중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은 5% 미만이라고 한다. 자살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세계 성인의 6∼13%가 살면서 한 번쯤 자살 생각을 한다.

저자는 자살을 막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이를테면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다가갈 땐 상대방이 ‘네’ 또는 ‘아니요’ 같은 단답형 대답보다는 생각을 길게 말할 수 있는 질문을 많이 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대답을 이해한 뒤 다음 질문을 이어가라는 것.

미국 자살예방재단이 높이 평가한 ‘6단계 안전계획’도 소개했다. 이 계획에는 자살 위험 경고 신호, 1차적으로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 기분을 전환해주는 사람과 환경,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과 기관 등이 담겨 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위험해 보이는 질문#자살 충동#6단계 안전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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