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실방실 루키는 역경이 키운 오뚝이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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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데뷔 첫승 방신실의 내공
갑상샘 항진증 탓 선수 생명 위기… 시드순위전 40위 그쳐 출전 제한
훈련-심리치료 통해 다시 자신감… 비거리-그린적중률 모두 1위 올라

30일 경기 용인시 88컨트리클럽 연습장 앞에서 자신의 골프백을 옆에 두고 방실 웃고 있는 방신실. 어프로치 클럽을 자주 쓰면서 다른 아이언들보다 유독 낡은 것이 눈에 띈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30일 경기 용인시 88컨트리클럽 연습장 앞에서 자신의 골프백을 옆에 두고 방실 웃고 있는 방신실. 어프로치 클럽을 자주 쓰면서 다른 아이언들보다 유독 낡은 것이 눈에 띈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방신실(19)은 일곱 살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어렸을 때부터 ‘골프 신동’ 소리를 들었다. 16세이던 2020년 국가대표에도 뽑혔다. 하지만 2년 전 갑상샘 항진증을 앓으며 위기가 찾아왔다. 키 173cm인 방신실의 몸무게는 10kg이나 빠졌다. 증상이 심할 땐 숨이 차 경기나 훈련을 제대로 할 수도 없었다. 건강 악화에 따른 스트레스로 불안장애도 생겼다.

30일 경기 용인시 88컨트리클럽에서 만난 방신실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회원 선발전과 시드 순위전을 앞두고 불안 증세가 심해져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며 “그런 상태로 작년 11월 시드 순위전에 나섰는데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해 속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방신실은 시드 순위전에서 40위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이번 시즌엔 KLPGA투어 10개 안팎 대회에만 나설 수 있는 조건부 시드를 받았다. 출전 대회 수가 많지 않아 경기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방신실은 이번 시즌 투어 대회 5번째 출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별명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방신실은 28일 끝난 E1 채리티 오픈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거뒀다. 반달 모양 눈웃음을 가진 그에겐 ‘방실이’라는 별명과 함께 팬들이 붙여준 ‘오뚝이’란 닉네임도 있다. 방신실의 인터넷 팬 카페 대문에도 ‘오뚝이 방신실’이라고 적혀 있다. 방신실은 “방실이보다는 오뚝이란 별명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방신실은 E1 채리티 오픈에 앞서 참가한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공동 4위)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공동 3위)에서도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이며 톱5에 이름을 올렸다. 방신실은 “두 대회 모두 막판에 우승을 놓쳤지만 그전까지는 잘하고 있었다”며 “앞으로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대회들이었다”고 했다.

올해 초 두 달 반 동안의 태국 전지훈련은 방신실에게 전환점이 됐다. 갑상샘 항진증 후유증으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우울감에 시달렸던 그는 훈련과 함께 심리치료를 받았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받았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휴식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림도 그리고 도자기도 만들면서 멘털을 관리했더니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했다.

장타자들은 보통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1위인 방신실은 아이언샷의 정교함을 보여주는 아이언샷 지수도 1위를 기록 중이다. KLPGA투어 제공
장타자들은 보통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1위인 방신실은 아이언샷의 정교함을 보여주는 아이언샷 지수도 1위를 기록 중이다. KLPGA투어 제공
방신실은 올해 초 겨울훈련 때 장타가 경기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으로 비거리를 늘리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스윙 폼을 바꾸고 스윙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현재 방신실의 스윙 스피드는 남자 선수 수준인 최고 시속 109마일(약 175km)이다. 비거리도 20m가량 늘었다.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그린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훌라후프를 활용했다. 훌라후프를 그린에 놓고 10m부터 90m까지 거리를 달리해 가며 그 안에 공을 떨어뜨리는 연습을 했다. 30일 현재 방신실의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는 약 260야드(약 238m), 그린 적중률은 79.6%다. 두 부문 모두 투어 1위다. 방신실은 “드라이브 비거리가 많이 나가니 파4 홀의 두 번째 샷이나 파5 홀 세 번째 샷은 아이언보다 어프로치를 많이 사용한다”며 “한 가지 클럽으로 자주 치니 정확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이제 60∼90m 어프로치샷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방신실은 6월 9일부터 강원 양양에서 열리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 출전한다. 이번 시즌 KLPGA투에서 아직 다승자가 나오지 않았다. 방신실은 이 대회에서 시즌 2승째를 노린다.


용인=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골프#데뷔 첫승#방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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