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만 붙으면 불티나게 팔린다… 할매니얼 트렌드 주역 된 약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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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 음식에서 MZ 인기 디저트로 변신
구입 경쟁 치열해 ‘약게팅’ 신조어도 등장
유통업체 20~30대 약과 매출 2~3배 증가
약과 휘낭시에, 약과 크로플 신제품 봇물

‘할매니얼’ 음식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꾸덕한 식감에 달큰한 맛을 즐기기 좋은 약과가 인기 디저트로 부상하고 있다. 약과 휘낭시에. SSG닷컴·CU 제공
‘할매니얼’ 음식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꾸덕한 식감에 달큰한 맛을 즐기기 좋은 약과가 인기 디저트로 부상하고 있다. 약과 휘낭시에. SSG닷컴·CU 제공
이달 중순 찾은 제주 서귀포시의 한 인기 카페. 바다에 인접한 덕에 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선 요즘 약과 디저트를 판매 중이다. 방문객들은 신기하다는 듯 약과와 쿠키를 결합한 ‘약과 쿠키’와 크로플을 더한 ‘약과 크로플’을 구경했다. 약과 디저트에는 ‘직원 추천’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카페 직원 김모 씨는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약과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 메뉴를 새로 개발했다”며 “예상했던 대로 인기가 좋아 가게에서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사상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약과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약과는 ‘할매니얼’(약과 한과 등 할머니가 좋아할 법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 트렌드에서 흑임자나 오란다 등을 제치고 가장 핫한 상품이 됐다.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1∼4월 약과 등 한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롯데온에 입점한 약과 브랜드 ‘꿀이구마’는 2월 매출이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인기 약과 매장에 줄을 서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어 (약과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인기 약과 매장은 판매 즉시 매진되면서 구입 경쟁이 치열한 나머지 ‘약게팅’(약과와 예약을 의미하는 티케팅을 합쳐 약과를 구매하기 위한 예약 경쟁을 의미하는 말) 등 약과와 관련된 신조어도 등장했다.

‘할매니얼’ 음식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꾸덕한 식감에 달큰한 맛을 즐기기 좋은 약과가 인기 디저트로 부상하고 있다. 약과 파이. SSG닷컴·CU 제공
‘할매니얼’ 음식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꾸덕한 식감에 달큰한 맛을 즐기기 좋은 약과가 인기 디저트로 부상하고 있다. 약과 파이. SSG닷컴·CU 제공
약과 유행을 주도하는 것은 MZ세대의 주축인 2030세대다. SSG닷컴에 따르면 1∼4월 약과 및 한과 매출은 20대에서 165%, 30대에서 50% 늘었다. 같은 기간 40대에서 40%, 50대에서 3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약과를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MZ세대가 약과에 빠진 건 약과 특유의 꾸덕한 식감과 조청의 단맛 때문이다. 최근 퇴근 후 매일같이 약과를 사 먹는다는 이모 씨(24)는 “제사상 음식이란 인식 때문에 감춰져 있었던 약과의 매력이 최근 젊은 사람들을 통해 발굴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 30대 젊은 약과 마니아를 잡으려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GS리테일은 자체 약과 브랜드인 ‘행운약과’를 론칭하고 상품 개발을 위한 MD 별동 조직 ‘약과 연구소’를 신설했다. 세븐일레븐은 ‘약게팅’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인기 업체인 장인한과와 협업 상품 출시를 논의 중이다.

‘할매니얼’ 음식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꾸덕한 식감에 달큰한 맛을 즐기기 좋은 약과가 인기 디저트로 부상하고 있다. 약과 쿠키. SSG닷컴·CU 제공
‘할매니얼’ 음식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꾸덕한 식감에 달큰한 맛을 즐기기 좋은 약과가 인기 디저트로 부상하고 있다. 약과 쿠키. SSG닷컴·CU 제공
약과를 이용한 디저트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4월부터 약과와 쿠키를 결합한 ‘이웃집 통통이 약과 쿠키’를 판매 중이다. 판매 5일 만에 10만 개 완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외에도 신세계푸드는 파이와 약과를 합친 ‘경제적 약과파이’를, 파리바게뜨는 타르트에 약과를 올린 ‘약과 타르트’를 출시했다.

약과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디저트도 ‘약과’만 붙으면 주목을 끌고 인기가 오르는 현상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약과를 서양 디저트와 결합시킨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SSG닷컴은 2월 약과에 휘낭시에를 결합한 ‘약과 휘낭시에’를 선보였고 최근 페이스트리 파이에 조청을 발라 약과 맛을 구현한 ‘조청약과 스틱파이’를 선보였다. GS리테일도 행운약과의 첫 상품인 약과 도넛과 약과 컵케이크를 다음 달 1일부터 출시한다. 다만 경쟁이 과열되며 약과 디저트 가격이 올라가는 ‘약과 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모 씨(29)는 “최근 약과 쿠키를 사먹으려다 1개 가격이 5000원을 넘겨 깜짝 놀랐다”며 “약과가 인기 있다는 이유로 일반 디저트에 약과를 붙여 가격을 올리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약과#할매니얼 트렌드#약게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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