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국회의원’도 빠져들게 한 ‘게임 코인’과 ‘P2E’란?[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5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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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계에서 뜨거운 이슈를 만들던 P2E(플레이투언, Play to Earn)가 이제는 정치권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김남국 국회의원이 신고한 재산을 훌쩍 뛰어넘는 수십억 원대 가상화폐(코인)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김 의원의 투자 리스트에 게임사 위메이드의 코인인 ‘위믹스’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이 뉴스 보도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이후 김 의원이 ‘마브렉스’, ‘젬허브’, ‘보라’ 등 다수의 게임 토큰에 투자했다는 사실도 드러나기도 했죠.

게다가 코인세 유예법안을 공동 발의하는 등 이해 충돌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민감한 이슈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게임학회(학회장 위정현 교수)는 P2E 국회 로비 의혹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였죠.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현행법상 P2E 게임은 현재 국내에서는 즐길 수 없어, P2E 게임 합법화를 위한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입니다. 이에 로비설 전면 부정에 나선 위메이드와 학회의 법정 분쟁으로 확대된 상황입니다.
출처=위메이드
출처=위메이드
본연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P2E는 ‘돈을 버는 게임’을 말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뜻이죠. 최근에는 기존의 중앙화된 인터넷 기술을 말하는 웹(Web)2.0과 비교해, 탈중앙화 형식의 서비스 특성에 ‘웹3 게임’이나 ‘블록체인 게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웹3 게임이라고 부르는 추세입니다.

일반적으로, P2E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게임에서 획득한 자원이나 아이템, 심지어 캐릭터마저도 다른 이용자와 거래할 수 있습니다. 거래로 얻은 게임 토큰을 가상화폐 거래소에 등록된 코인과 교환하면 현실의 재화로 손에 쥘 수가 있죠.

올해 글로벌 서비스에 돌입한 블록체인 게임 ‘미르M’ / 출처=위메이드
올해 글로벌 서비스에 돌입한 블록체인 게임 ‘미르M’ / 출처=위메이드
이번 정치판 P2E 이슈의 중심인 위믹스가 적용된 ‘미르4’ 글로벌 버전으로 자세히 살펴볼까요? 이용자는 ‘미르4’에서 게임 자원인 ‘흑철’을 획득해 이를 게임 토큰인 ‘드레이코’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 드레이코를 위믹스로 교환하면 거래소를 통해 현물 등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흑철뿐만이 아닙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 아이템이나 캐릭터까지 NFT로 발행(민팅)해 거래할 수 있었습니다. 강력한 장비나 아이템은 실제 화폐로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을 넘는 것도 나왔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이용자들은 이에 큰 호응을 보였습니다. 이용자가 게임 플레이로 보낸 시간을 가치로 인정받는 셈이니까요. 미르4 글로벌 버전은 전 세계 동시접속자 140만 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 시기를 전후로 P2E 게임의 가능성을 확인한 국내 게임업체들이 너도나도 P2E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많은 게임 코인이 탄생한 것도 이때입니다.

넷마블 마브렉스의 MBX / 출처=넷마블
넷마블 마브렉스의 MBX / 출처=넷마블
P2E 게임의 가치는 그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P2E 게임의 특징은 게임 속 아이템의 주권이 게임사에서 이용자에게로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기존 게임은 게임 약관상 아이템을 게임사로부터 빌려 쓰는 형태에 불과했습니다. 이용자가 게임 시스템을 통해 제작했든지 혹은 뽑기로 획득했든지, 결국 아이템은 게임사에 귀속되어 있었습니다. 내 아이템인데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는 거죠.

반면 P2E 게임은 아이템의 주권이 이용자에게 귀속되니 마음대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바라던 대로, 아이템의 주권이 드디어 이용자에게 넘어온 것이죠.

플레이댑이 서비스한 블록체인 게임 ‘신과함께’ / 출처=플레이댑
플레이댑이 서비스한 블록체인 게임 ‘신과함께’ / 출처=플레이댑
만약 특정 게임을 더 이상 즐기지 않아도(접어도), 해당 게임의 NFT 아이템을 판매해 일정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게임 이용자들에게 큰 매력인 겁니다. 이를테면, 골프를 더 이상 치지 않아 골프용품을 중고로 판매해 수익을 얻는 것처럼 말이죠.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이라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P2E 게임은 NFT화한 아이템이 이 게임과 저 게임을 넘나들 수 있고, 게임 간 경제적으로 연결되며 양쪽 모두에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대표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하나인 ‘플레이댑’은 지난 2019년 ‘크립토도저’와 ‘도저버드’를 준비하며 게임 내 디지털 자산인 아이템과 캐릭터의 게임 간 상호운용을 최초로 증명한 프로젝트로 주목받았습니다. NFT가 두 게임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관련 내용은 국내 최초로 KCI 논문에도 등재됐습니다.

올해 1월 선보인 위메이드의 신작 ‘미르M’ 글로벌 버전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왔습니다. ‘미르M’과 ‘미르4’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토대로 두 게임의 경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르M’이 론칭하며 인기를 끌자, 기존 작품인 ‘미르4’도 함께 동반성장 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처럼 블록체인을 활용한 P2E 게임은 단순히 돈을 벌 수 있는 기능을 넘어, 게임 마케팅이나 게임 분야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리라 예상됩니다. 물론 이번 이슈가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었지만, 게임업계를 벗어나 정치권도 큰 관심을 갖게 된 만큼 이후로 P2E와 게임 코인에 대한 접근과 이해가 한층 깊어지리라 기대합니다. P2E 게임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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