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핸드볼서도 계속 ‘어우두’… 여전히 우승컵 고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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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9번 우승, 두산 윤경신 감독
수련선수 김민규, 최고로 키워내
‘타도 두산’ 집중견제 속 정상 지켜
“프로 원년 왕좌-최다우승 일군다”

윤경신 두산 감독이 서울 송파구 구단 사무실에서 그동안 획득한 우승 트로피를 펼쳐놓고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3년부터 
두산 지휘봉을 잡은 윤 감독은 10년 동안 9번 SK 핸드볼 코리아 리그 정상을 차지하며 리그 최다 우승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팀 관계자는 사진 촬영 전 우승 트로피를 8개만 가져오면서 “1개는 사무실이 아닌 선수단 숙소에 있는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윤경신 두산 감독이 서울 송파구 구단 사무실에서 그동안 획득한 우승 트로피를 펼쳐놓고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3년부터 두산 지휘봉을 잡은 윤 감독은 10년 동안 9번 SK 핸드볼 코리아 리그 정상을 차지하며 리그 최다 우승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팀 관계자는 사진 촬영 전 우승 트로피를 8개만 가져오면서 “1개는 사무실이 아닌 선수단 숙소에 있는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말은 프로야구가 아니라 핸드볼이 원조다. ‘월드 스타’ 윤경신 감독(50)이 팀 지휘봉을 잡은 2013년 이후 10년 동안 두산이 SK 핸드볼 코리아 리그 우승을 놓친 건 2014시즌(웰컴론 우승) 한 번뿐이다. 두산은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3전 2승제)에서도 인천도시공사에 1차전을 내줬지만 이후 두 게임을 내리 따내면서 8년 연속 우승 기록을 남겼다.

최근 서울 송파구 구단 사무실에서 만난 윤 감독은 “솔직히 챔프전 1차전을 지고 나니 ‘이젠 안 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선수들이 보기에도 표정이 슬펐나 보다. 선수들이 ‘감독님, 감 잡았습니다. 우승하겠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러고 2, 3차전 승리를 가져왔다”면서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윤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을 당시 두산은 박찬영(40), 정의경(38) 등 젊은 국가대표 선수가 포진해 있던 팀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은 점점 노장이 됐고 김동명(38·충남도청) 등은 팀을 떠나기도 했다. 그사이 다른 팀은 ‘타도 두산’을 외치며 유망주를 선점했다.

두산이 ‘왕좌’를 지키려면 선수를 직접 키우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신인왕 김민규(23·피봇)가 대표 사례다. 윤 감독은 “민규가 수련선수로 입단했는데 신인 중 최고로 인정받을 만큼 성장해줬다. 고마운 일이다”라면서 “김동명이 2021년 팀을 떠난 뒤 피봇이 불안해 다른 선수들에게 부담이 갔다. 팀이 다시 치고 올라갈 동력을 얻었다”고 평했다. 핸드볼 피봇은 농구에서 센터와 비슷한 포지션이다. 피봇이 상대 골문 앞에서 수비수와 치열하게 몸싸움을 해줘야 동료 선수들이 빈틈을 찾아 점수를 올릴 수 있다.

두산 선수로는 2015년 황도엽(29) 이후 8년 만에 신인왕으로 뽑힌 김민규는 핸드볼 리그 마지막 신인왕이기도 하다. 2023∼2024시즌부터 프로 핸드볼이 출범하기 때문이다. 윤 감독도 남녀부 합산 최다(9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채 프로 첫 시즌을 맞는다. 윤 감독은 “홀수를 좋아해 선수 때도 5번, 7번, 13번을 달았다. 홀수인 9번 우승을 하고 핸드볼 리그를 마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세계 최고 핸드볼 리그로 꼽히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홀수와 인연이 깊었다. 윤 감독은 독일에서 7번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총 2905골을 넣었다. 2905골은 15년 가까이 분데스리가 개인 통산 최다 득점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20일 한드 린드버그(42·베를린)가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되자 독일에서는 ‘누군가 윤경신의 기록을 깰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해 본 적도 없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윤 감독은 “함부르크에서 함께 뛴 린드버그가 기록을 깨 괜찮다. 그가 마흔이 넘도록 자기 관리를 잘해 기록을 세운 데 대해 축하와 경의를 전한다”며 웃었다. 1996년 독일에 진출한 윤 감독은 2008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국내로 돌아온 뒤 38세였던 2011년 선수 생활을 마쳤다.

윤 감독은 “프로 선수로 쌓은 ‘개인 기록’은 깨졌지만 프로 감독으로는 좀처럼 깨기지 힘든 ‘팀 기록’을 쓰고 싶다”고 했다. 프로 원년 우승 타이틀과 최다 우승 기록이다. 윤 감독은 “성적으로 평가받는 자리라 언제까지 감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프로 첫해에 우승하고, 1번 우승하면 3번, 3번 하면 5번을 목표로 달리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핸드볼#어우두#윤경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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