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차 발사, 콕 집어 ‘저녁 6시 24분’인 이유[씨즈더퓨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2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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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을 담은 영상을 맨 아래에서 볼 수 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씨즈’)
5월 24일 저녁 6시 24분.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가 이뤄질 시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월 11일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2023년 5월 24일(수)을 발사 예정일로, 18시 24분(±30분)을 발사 예정 시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상 상황에 따라 날짜는 5월 25일~5월 31일 사이로 미뤄질 수 있다.

저녁 6시 24분이라는 다소 섬세한 때로 발사 시각이 정해진 것은 지난 발사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이다. 누리호 1차는 오후 5시, 누리호 2차는 오후 4시에 발사했다. 이 차이에 대해 누리호를 개발한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 책임연구원은 “1, 2차는 발사체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발사였기 때문에 오전부터 준비해서 발사하기 좋은 시각인 오후 4시 무렵을 목표로 했다”며 “이번엔 실전이라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6월 21일 오후 4시에 이뤄진 누리호 2차 발사 장면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씨즈 유튜브)


누리호, 드디어 실전 돌입한다
이번 3차 발사에서는 누리호에 최초로 실용위성이 실린다. 시험 발사였던 2차 때는 누리호에 위성 모형이 실렸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3차 발사야말로 누리호가 위성 발사체로서 제 임무를 수행하는 첫 시도이다. 오 연구원은 “이번에는 위성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만 최종적으로 성공이라 판단할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 긴장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발사 시각이 18시 24분으로 정해진 것도 실용위성 연구자들의 요청 탓이다. 누리호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만든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주 탑재 위성으로 실리는데, 이 위성은 ‘여명황혼궤도’라고 불리는 궤도에 올라야 한다. 오 연구원은 “여명황혼궤도에 안착시키려면 저녁 6시 24분에 맞춰서 발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명황혼궤도란 위성이 24시간 내내 여명 혹은 황혼을 볼 수 있는 지역만 도는 궤도를 말한다. 태양은 지구에 한쪽 면에만 빛을 비추므로 지구에는 태양 빛과 그림자의 경계가 생긴다. 지표면에 태양 빛이 비치는 공간은 낮이고 그림자가 있는 공간은 밤이므로, 빛과 그림자의 경계에 있는 지역은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황혼 혹은 밤에서 낮으로 바뀌는 여명 시각이다. 여명황혼궤도는 이 여명과 황혼이 보이는 지역을 따라 그려지는 궤도다.

여명황혼궤도를 설명하는 씨즈 유튜브 영상
성을 여명황혼궤도에 올리기 위해, 누리호는 저녁 6시 24분에 적도를 향해 발사될 예정이다. 그러고는 적도 중에서도 시각이 저녁 6시인 곳에 위성을 놓아준다. 적도에서 황혼은 1년 내내 큰 변화 없이 저녁 6시쯤이기 때문에, 이곳에 위성을 떨어뜨리면 위성이 여명황혼궤도를 따라 돌 수 있다. 위성을 만든 김선구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위성은 여명황혼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그 궤도를 계속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명황혼궤도에 가야 하는 이유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여명황혼궤도를 요청한 것은 태양전력 때문이다. 이 위성은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영상 레이다(SAR) 장비를 탑재해 그 성능을 검증하는 게 주된 목표인데, 여기에 큰 전력이 필요하다. 김 연구원은 “영상 레이다 탑재체가 전력을 워낙 많이 쓰다 보니 위성이 항상 전력을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호의 발사 궤적을 설명하는 씨즈 유튜브 영상
24시간 내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여명황혼궤도이다. 여기서는 위성이 종일 태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 빛과 그림자의 경계를 따라 돌기 때문에 위성의 태양 쪽 면은 항상 빛을 받는 것이다. 만약 이때 위성의 태양전지를 태양 빛을 향하도록 한다면, 항상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 (출처 : KAIST 인공위성연구원 제공)
차세대 소형위성 2호. (출처 : KAIST 인공위성연구원 제공)


누리호 3차 발사 그 이후
영상 레이더 장비가 잘 작동하면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북극 해빙 변화를 탐지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산림지역의 생태 변화, 해양 환경오염 관련 정보도 관측한다. 김 연구원은 “해외 발사체를 사용할 때는 원하는 궤도를 요청하기 어려웠다”며, “우주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검증하기 위해 하늘로 올릴 수 있는 로켓이 없어 힘들었는데, 국내 발사체가 생긴 덕에 위성을 원하는 곳에 올리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누리호에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 외에도 7개의 큐브 위성이 더 실린다. 이후 누리호는 2027년까지 네 차례 위성을 더 올리며 위성 발사체로서 성능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나서 누리호 기술은 민간 우주 기업에 이전된다. 미래에는 민간 우주 기업을 통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게 될 거라는 뜻이다.

이후 항우연은 더 뛰어난 발사체를 개발할 예정이다. 오 연구원은 “2032년에는 한국형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리는 게 목표”라며, “지난해 말 쏘아 올린 달 탐사선 ‘다누리호’는 한국에 발사체가 없어 미국 발사체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씨즈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영상 보러 가기 : https://youtu.be/x5QTKmEckS4


신수빈기자 soobin@donga.com
이다솔PD dasol@donga.com
임서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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