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이 곧 미래 다이어트약?[씨즈더퓨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5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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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그리고 위고비”

누군가 다이어트 비법을 물어보자 일론 머스크가 트윗으로 이렇게 답했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에서 만든 다이어트 주사제다. 일론 머스크 같은 유명인들이 이 약의 도움을 받아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고 언급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4월 27일, 그 ‘위고비’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지 약 3년 만이다. 하지만 출시 일정은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에서 수요가 늘어나며 공급 제한 문제가 생긴 탓도 있다. 노보 노디스크 관계자는 “공급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출시 일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보 노디스크가 출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언급한 일론 머스크의 트윗 (출처 : 유튜브 ‘씨즈’ 캡처)


위고비가 뭐길래?
위고비는 주 1회 자가 주사로 맞는 다이어트약이다. 다양한 국가의 과체중,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한 결과, 위고비를 사용한 1306명에서 평균 14.9%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 비교하기 위해 위약을 투여한 환자군에서는 평균 2.4%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위고비가 이만큼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건 식욕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먹는 양 자체를 줄이는 셈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먹으면 장에서 ‘GLP-1’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식욕 억제 효과를 나타낸다. 위고비는 이 호르몬과 비슷하게 생겨서 마치 GLP-1인 듯 우리 몸에서 작용한다.

위고비가 다이어트 효과를 나타내는 원리를 설명하는 씨즈 유튜브 영상(출처 : 유튜브 ‘씨즈’ 캡처)
GLP-1은 위, 이자, 뇌 시상하부 등으로 이동해 작용한다. 위고비도 같은 곳을 타깃으로 한다. 위에서는 위장 운동을 천천히 하도록 해 무언가를 덜 먹도록 하고, 이자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늘려 혈당을 낮춘다. 또 뇌 시상하부의 포만감, 배고픔 중추에 작용해 배고픔을 덜 느끼도록 한다. 이런 기전 탓에 처음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문준성 영남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하다 보니 비만 치료 효과까지 있다는 걸 알게 된 경우”라며 “당뇨병 치료제에서 용량을 높여 비만 치료제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은 없나
위고비를 사용하고 부작용을 경험한 사례자. 출처는 씨즈 유튜브 영상(출처 : 유튜브 ‘씨즈’ 캡처)
그 효과가 곧 부작용이 되기도 한다. 위장이 느리게 움직이도록 하다 보니 위 통증이나 메스꺼움,변비 등이 주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심박수가 약간 빨라지는 경우도 있다. 미국 산호세 지역에 살면서 위고비를 써 봤다는 최은선 씨도 비슷한 부작용을 겪었다. 최 씨는 “위고비를 쓰고는 위경련 같은 복통을 경험했고 무기력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줄이려면 투약 용량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위고비 주사제는 네 단계 정도로 용량을 조절할 수 있어서 한 달 간격으로 서서히 용량을 올리며 적응하게끔 한다”며 “용량을 빨리 늘리거나 할 때 부작용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약이 곧 미래 다이어트약?
또 다른 GLP-1 유사체 다이어트약인 일라이 릴리 사의 ‘마운자로’ 체중 감량 효과. 최대 24.7%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출처 : mounjaro.com)
당뇨병 약에서 다이어트약으로 변신한 건 위고비 뿐만이 아니다. 이전에도 노보 노디스크가 당뇨병 치료제 ‘빅토자’를 비만 치료제로 바꿔 ‘삭센다’를 출시했다.

위고비를 바짝 추격하는 신약도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서도 위고비와 비슷한 ‘마운자로’라는 다이어트약을 개발하고 있다. 위고비처럼 GLP-1 유사체를 성분으로 하는 건 같지만, 또 다른 호르몬인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폴리펩타이드)를 더해 효과를 높였다. 임상에서는 최대 22.5%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한미약품이 GLP-1과 GIP, 그리고 글루카곤까지 3가지를 더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최 교수는 “수술로 비만을 치료할 경우 평균 20% 정도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고 보는데, 약물 치료가 그만큼 떨어뜨리게 된 셈”이라며 “앞으로 10년 이내에는 수술만큼 효과가 뛰어난 비만 치료제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씨즈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 링크 : https://youtu.be/ONb8qj5PsZw


신수빈 기자 soobin@donga.com
임서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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