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한국 정치의 문제, 87년 개헌서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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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체제의 한국헌정사 1987-2017/서희경 지음/808쪽·5만5000원·도서출판 포럼

신문 정치면을 볼 때면 우리 정치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궁금할 때가 많다. 책은 그 혼란이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1987년 개헌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개헌 작업부터 민주성과 숙의성이 결여됐다는 것. 당시 논의에는 소수당이 배제됐고, 비공식기구인 ‘8인정치회담’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대체하는 등 민주적 절차가 무시됐다.

책은 직선제 개헌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30년에 걸친 한국헌정사 속 문제를 치밀하게 짚어낸다. 저자는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아 보자는 단순 논리를 바탕으로 탄생한 대통령 직선 단임제는 권위주의적 대통령을 존속시켰다”며 “절차적 민주주의가 구현될 때에야 헌법의 실질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민주적인 정부가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한국헌정사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이 “의회와 정당을 매개로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이 균형을 유지하고 끝내 책임정치를 이루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에서 헌정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헌법 제정을 기점으로 앞뒤 50여 년씩, 총 한 세기를 망라한다. 저자는 앞서 1898년 만민공동회 활동부터 제헌까지를 다룬 ‘대한민국 헌법의 탄생’과 ‘한국헌정사 1948-1987’을 펴낸 바 있다. 이후의 역사를 다룬 이번 책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한국 정치#87년 개헌서 시작#한국헌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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