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가 응급실에 전화하는데 자동응답으로 넘어간다니”… 의사들도 충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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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의료계 “현장 모습 그대로 기사화” 반향
“응급실 핫라인, 일선 구급대와 공유안돼”
“필수 의료진 유출… 5년내 응급수술 문제”
“정부-국회,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 지적도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시리즈는 의료계에서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응급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떠도는 현실을 직시하고 고발했다”는 평가와 함께, 무너진 의료체계를 일부 의료진의 사명감으로 지탱하는 게 한계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 “응급환자 현실 그대로 담았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기사로 옮겨놨다”며 공감을 표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한 기사”라고 말했다.

정은선 여수전남병원 부원장은 “기사가 나가기 전날 밤에도 응급실에 위중한 심장 이상 환자가 와서 비상이 걸렸다. 이게 우리들의 삶”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1회 ‘응급실서도 표류 계속, 병상 찾아 다시 152km’(본보 28일자 A3면)에 소개된, 응급투석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기 위해 진땀을 흘렸던 그 병원이다.

119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응급실에 전화할 때 안내음성을 듣고 내선 번호를 눌러야 하는 실태를 접한 응급실 의사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응급실 의사 A 씨는 “정부 지시로 우리 응급실로 바로 연결되는 직통 번호(핫라인)를 중앙응급의료센터 등에 제공했는데 일선에서는 작동이 안 된다는걸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핫라인을 내놓으라’고 들볶더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 수술 싸고 검사 비싼 기형적 구조
세계적인 수준의 의술을 갖고서도 정작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응급 수술할 의료진이 적은 문제에 대한 자성도 이어졌다. 배장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서울 한복판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1시간 15분간 헤맨 가슴 통증 환자(본보 28일자 A2면)를 언급하며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심장에 스텐트를 넣을 수 있는 의사가 한 해 20명 정도밖에 안 나온다”며 “우리 건강보험이나 의료 체계는 감기 치료, 내시경 검진에나 잘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수술 의사들은 “생명을 살리는 수술의 비용을 헐값으로 책정해 수술 의사의 길을 더욱 피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은 “현재 건강보험 체계는 의사의 노동력에 해당하는 ‘행위료’보다는 검사 장비나 시설에 대한 비용을 훨씬 비싸게 쳐 준다”고 말했다.

3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중증외상 환자가 119 신고부터 응급실 도착까지 걸린 시간의 중위값은 2015년 25분에서 2020년 32분으로 7분 늘었다.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 응급의료체계 현실 반영한 대책 필요
2회 ‘병원 찾아 6시간 18분’(본보 29일자 A3면)에서는 다리가 부러진 환자를 수술할 병원을 찾기 위해 병원 25곳에 전화해야 했던 응급실 의사가 나온다. 이 사례를 두고 현장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왔다. 여한솔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응급의료 체계의 핵심 문제는 ‘전원(轉院)’을 원활히 조정하는 것인데, 정부와 국회가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비현실적인 대책만 내고 있다”며 “필수의료 의료진이 계속 유출되고 있어 5년 내에 응급 수술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응급의료 붕괴를 막을 대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동아일보 ‘표류’ 시리즈와 대구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사망한 10대 환자의 사건이 겹쳐 집행부가 회의를 열었고, ‘응급의료 체계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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