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결합’ 공정위 침묵 길어져… 韓만 입장 안내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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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韓 승인 남아… EU 내달 결정
공정위, 심사 기한 등 언급 없어
방산 과점 검토로 지연되는 듯
“인수 늦어지면 경쟁력 큰 타격”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승인 여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묵묵부답’이 길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유럽연합(EU) 경쟁당국도 4월 내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지금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한 셈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심사 당국 중 싱가포르가 22일 결합을 추가로 승인함에 따라 EU와 한국 경쟁당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앞서 튀르키예와 영국이 2월 결합을 승인했고 일본은 이달 15일, 베트남과 중국이 각각 20, 21일 승인 방침을 알려왔다. HD현대-대우조선 합병에 제동을 걸었던 EU 경쟁당국마저도 심사에 착수해 다음 달 18일까지는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작 본국인 한국의 공정위만이 심사 목표 기한에 대한 언급도 없는 상태다. 한화는 당초 올 상반기(1∼6월) 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된 한화-대우조선 인수가 공정위 심사 지연에 발목이 잡힐까 우려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승인이 늦어지는 것은 한화와 대우조선의 방위산업 분야 과점 여부에 대한 검토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일각에서 방위산업을 가진 한화가 대우조선의 함정업을 인수하면서 수직적 결합에 따른 시장 과점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에서는 방위산업 시장의 구조상 다른 업종과 달리 수직계열화로 인한 시장의 경쟁 제한성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선 방위사업법상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무기와 설비는 ‘방산물자 지정품’에 해당돼 품목별로 1개사가 독점 생산한다. 대우조선이 한화에 인수된 뒤에도 임의로 구매처를 변경하거나 기존 거래를 중단할 수 없는 구조다.

또 방산 시장은 최종 수요자인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 정부 주체가 군수품 및 조선소에 공급되는 방산물자를 직접 발주하거나 발주 원가를 엄격히 검증한다. 군수품의 판매를 거부하거나 경쟁사 대비 차별적으로 가격을 적용하는 등 일반 시장에서처럼 독점 폐해 발생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은 지난해 12월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인수 안건이 최종 승인되며 체결됐다. 2008년 한화가 처음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다가 포기한 지 14년 만이다. 앞서 2019년부터 진행된 현대중공업-대우조선 인수 건의 경우 EU의 기업결합심사 불승인으로 지난해 1월 좌절됐다.

그사이 대우조선은 경영난이 심화되며 연간 적자만 2021년 1조7000억 원, 지난해 1조6000억 원을 냈다. 주인을 찾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핵심 인력들의 이탈과 함께 회사 전체적인 사기도 땅에 떨어진 상태다. 정부 투자금 환수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의 인수 실패로 이미 경영 정상화 시기를 한 차례 놓쳤다”며 “이번 인수 과정마저 시장 예상보다 늦어지면 한국 조선업 경쟁력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화그룹#대우조선해양#인수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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