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佛보다 2.4배 빠른 연금수령자 증가세… 개혁은 韓이 더 급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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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정년 연장 등을 핵심으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관철시킨 뒤에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23일 프랑스 전역에서 100만 명이 거리로 나서고, 보르도 시청사까지 불타오를 정도로 시위가 격렬해졌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단기적인 여론조사보단 국가 전체의 이익을 택하겠다”며 거듭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히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결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대로라면 연금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한 2017년에 1000만 명이던 연금 수급자는 지난해 1700만 명으로 증가했고, 2030년엔 2000만 명으로 늘어난다. 연금재정은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서 갈수록 적자 폭이 가파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프랑스는 연금 운용 방식과 보험료율 등이 크게 달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수급자 증가 추세만 놓고 보면 한국이 더 심각하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국민연금 중 노령연금 수령자는 535만 명인데, 2030년에는 761만 명으로 42.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17.6% 증가하는 프랑스보다 속도가 2.4배로 빠르다. 이후에도 수령자는 2040년 1160만 명, 2050년 1467만 명으로 계속 늘어난다.

세계 최악 수준인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도 연금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프랑스는 2040년까지 인구가 늘지만 한국은 이미 2020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보험료를 내야 할 가입자 수 역시 줄어들고 있다. 정부의 잠정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2055년이면 기금이 완전히 바닥난다.

이런 상황인데도 연금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은 1998년 소득의 9%로 정해진 이래 25년간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를 통해 보험료율을 15%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돌연 논의를 중단했다. 정부도 수익률 제고만 주문할 뿐 보험료율 인상 같은 불편한 말은 하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이 여론의 눈치만 보며 시간만 보낼 때가 아니다. 연금개혁은 프랑스보다 우리가 더 급하다.
#연금개혁#연금 운용 방식#보험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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