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뇌졸중 환자 연 10만 명… ‘FAST 법칙’ 지켜야 후유증 적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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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예방과 치료법
골든타임 총 4시간30분이지만 증상 후 시술 소요 시간 고려해야
혈전 용해제 시간 내에 투여하면 장애 남을 가능성 3분의 1로 줄어

허성혁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급성기가 지난 뇌졸중 환자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라고 강조했다. 경희대병원 제공
허성혁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급성기가 지난 뇌졸중 환자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라고 강조했다. 경희대병원 제공
국내에서는 1년에 10만 명 이상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한다. 5명 중 1명이 뇌졸중을 앓는다는 것. 뇌졸중 치료 기술의 발달로 사망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인구 고령화와 함께 발생률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뇌졸중은 발생하면 분당 190만 개, 시간당 1억2000만 개의 신경세포가 없어져 장애가 남고 후유증이 발생한다. 허성혁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에게 뇌졸중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뇌졸중, 골든타임보다 더 중요한 ‘FAST: 빨리빨리’
뇌졸중의 85∼90%는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다. 급성 뇌경색의 치료를 위한 정맥 내 혈전 용해술의 골든타임은 4시간30분. 하지만 뇌졸중 골든타임에 주의할 점이 있다.

혈전 용해술과 동맥 혈전 제거술 시행 전 응급의학과와 신경과 의료진의 진찰, CT 및 혈액 검사 등 적절한 치료 대상 선정을 위해 필요한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이다. 실제 병원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골든타임보다 빨라야 한다. 특히 동맥 혈전 제거술은 추가적인 혈관 영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는 데 대략 1시간∼1시간30분이 소요된다. 최근에는 동맥 혈전 제거술의 경우 뇌졸중 발생 후 24시간 이후에도 시술이 가능하다는 논문이 나오고 있다.

얼마만큼 빨리 치료받느냐는 후유증과 직결된다. 발병 후 1시간30분 이내에 혈전 용해제 투여 시 치료받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 장애가 남지 않는 가능성은 3배가량 높지만 3시간이 넘어가면 그 가능성은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증상이 나타나면 잠시도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에서 뇌졸중센터 인정 병원 찾기. 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 캡처
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에서 뇌졸중센터 인정 병원 찾기. 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 캡처
다행스러운 점은 국내에서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대학병원이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1시간 이내에 차량으로 응급실 도착이 가능하다. 또한 각종 임상시험 등에 발표된 국가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 도착 후 혈전 용해제 투여까지 걸리는 시간은 우리나라가 독보적으로 가장 빠르다.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뇌졸중학회에서 뇌졸중센터로 인정받은 병원은 80여 개로 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뇌졸중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위험 인자 관리 중요
뇌졸중의 급성기 치료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뇌졸중 예방과 급성기 치료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뇌졸중 재발 방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편이다. 급성기가 지난 뇌졸중 환자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는 재발 방지다.

뇌졸중 환자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뇌경색 환자들은 대개 6개월 정도 지나면 많이 회복돼 한 번 뇌경색을 앓았더라도 신체장애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환자들이 3분의 1 이상 된다. 상당수 환자는 기존에 다니던 직장 복귀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 매년 10만 명 이상의 뇌졸중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고 인구 고령화와 함께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재발 환자들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개월에 걸친 재활치료 끝에 겨우 일상으로 복귀한 환자들에게 뇌졸중 재발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받는 충격은 상당하다. 대한뇌졸중학회 연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뇌졸중 환자의 평균 5∼6%가 뇌졸중 발생 후 1년 이내에 재발하고 그다음 해부터는 매년 2∼3% 정도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뇌졸중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뇌졸중 재발은 환자의 혈관 상태나 위험 인자, 나이, 발생 기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적절한 항혈전제를 지속해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환자 본인이 가진 위험 인자, 특히 대표적인 위험 인자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 등의 관리가 중요하다.

항혈전제와 위험 인자에 사용하는 약제들의 효과는 복약 순응도(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는 정도)가 매우 중요해서 100% 잘 챙겨 먹는 환자들과 깜박하고 지나치는 환자들의 재발률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2∼3년 재발 없이 거의 회복돼 지내다가 이젠 괜찮다며 자의적으로 약을 중단했다가 몇 년이 지나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있다.

금연도 중요하다. 아무리 약을 잘 챙겨 먹고 건강관리를 한다고 해도 흡연을 지속할 경우 뇌졸중 재발률은 그렇지 않은 환자의 2배 정도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선 식습관도 관리해야
뇌졸중 환자들은 대부분 혈관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부정맥, 술, 담배 등이다. 이러한 혈관 위험 인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증상이 없기에 치료받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또는 투약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뇌졸중이 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한 번 뇌졸중이 온 경우는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인자가 없는데 무턱대고 예방하겠다고 아스피린이나 오메가-3 등 건강식품을 복용할 필요는 전혀 없다.

허 교수는 “사실 뇌졸중에 좋은 음식은 없다”라며 “다만 혈관 위험 인자에 나쁜 음식과 환경을 피하는 것은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고혈압 환자는 짜지 않게 싱겁게 먹고 채소와 저지방 유제품 등의 지중해식 다이어트가 도움이 된다. 당뇨병 환자는 탄수화물(밀가루 음식 등)과 단 음식(과일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고지혈증 환자는 기름이 적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술, 담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꼭 피해야 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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