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올림픽 금메달 따 우크라이나 국가 울려퍼지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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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라브레뉴크-클레멘코
주니어대표로 강원대회 참가 준비
한국연맹 지원 받아 평창서 훈련
BTS 춤으로 선수단 인기 독차지

2일 강원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유스시리즈 남자 스켈레톤 4차 대회에 출전한 야로슬라우 라브레뉴크(우크라이나)가 힘차게 썰매에 몸을 싣고 있다(왼쪽 사진). 라브레뉴크(왼쪽)와 대표팀 동료인 블라디슬라우 클레멘코는 전쟁 피해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평창=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일 강원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유스시리즈 남자 스켈레톤 4차 대회에 출전한 야로슬라우 라브레뉴크(우크라이나)가 힘차게 썰매에 몸을 싣고 있다(왼쪽 사진). 라브레뉴크(왼쪽)와 대표팀 동료인 블라디슬라우 클레멘코는 전쟁 피해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평창=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는 스켈레톤 세계무대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스켈레톤 올림피언인 블라디슬라우 헤라스케비치(24)가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에 계속 출전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헤라스케비치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자선단체의 도움을 받아 2022∼2023시즌 IBSF 월드컵 일정을 모두 소화했고 세계랭킹 13위로 이번 시즌을 마쳤다. 그는 지난달 27일 화상 인터뷰에서 “나의 성적은 아쉽지만 우크라이나 국제대회 출전권(세계랭킹 25위 내 선수 보유 시 출전 쿼터 3장)을 지켰다”며 “주니어 선수 2명도 한국의 평창에서 유스시리즈에 참가하고 있다. 이 선수들이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역사를 이어가 정상에 서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야로슬라우 라브레뉴크(16), 블라디슬라우 클레멘코(14)는 2일까지 이틀간 강원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유스시리즈 3, 4차 대회에 참가해 내년 강원 유스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자격 포인트를 쌓았다. 유스올림픽에 출전하려면 평창 트랙을 포함한 서로 다른 세 트랙에서 8번 이상 유스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두 선수는 ‘2018 평창기념재단’의 도움을 받아 체류 경비 부담 없이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라브레뉴크는 지난해 12월 평창에서 열린 인터콘티넨털컵을 앞두고도 평창트랙에서 훈련할 수 있게 지원을 받았다. 라브레뉴크는 “한국의 도움으로 트랙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에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1, 2차 대회에서 모두 은메달을 땄던 라브레뉴크는 이번 대회 연습 주행 때 5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지만 3, 4차 대회에선 각각 6, 9위를 했다. 라브레뉴크는 “실전에서 너무 긴장해 실수가 많았다. 유스올림픽 전에 문제를 고치기 위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목표는 유스올림픽 금메달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아름다운 국가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헤라스케비치의 경기 영상을 보고 2021년 스켈레톤에 입문한 라브레뉴크에 이어 지난해 여름엔 ‘후배’ 클레멘코가 우크라이나 유스 대표팀에 합류했다. 클레멘코와 스켈레톤을 이어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었다. 클레멘코의 집이 있던 우크라이나 보로댠카 지역이 러시아의 폭격으로 폐허가 됐다. 클레멘코는 전쟁 피해가 심한 지역 아이들에게 스켈레톤 체험을 시켜 주는 자선 행사를 열던 헤라스케비치를 만나게 됐다. 유소년 축구선수로 뛰었던 클레멘코는 스켈레톤에도 재능을 보였다. 러시아 침공 초기 폭격이 계속돼 2주간 지하실에서만 머물렀던 클레멘코는 “그때는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유스 시리즈에 나선 클레멘코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스켈레톤 유소년 선수들 사이에서 ‘핵인싸’가 됐다. 클레멘코는 대회 기간 선수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 열린 K팝 댄스 경연에서 BTS의 노래 ‘버터’ 춤을 춰 1등을 했다.

이들은 대회를 마칠 때마다 조국을 지키는 군인,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다. 라브레뉴크는 “그분들이 전선에서 목숨을 바쳐가며 지키려는 건 우리의 일상이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국제대회에 나올 수 있는 것도 모두 그분들 덕분”이라고 했다.

평창=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스켈레톤#라브레뉴크#클레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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