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예측에 기반한 산업연계형 연구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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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KAIST 교수 인터뷰
美 디자인콘 2023국제학술대회서
테라랩 박사과정 4명 최고상 석권
구글 등 빅테크에 제자 35명 취업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1일 인터뷰에서 제자들이 세계적 학술대회에서 최고 논문상을 휩쓴 비결에 대해 “미래 예측에 기반한 산업연계형 연구가 주효했다”고 말했다. KAIST 테라랩 제공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1일 인터뷰에서 제자들이 세계적 학술대회에서 최고 논문상을 휩쓴 비결에 대해 “미래 예측에 기반한 산업연계형 연구가 주효했다”고 말했다. KAIST 테라랩 제공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자인콘(DesignCon) 2023 국제학술대회’는 마치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테라랩(Teralab)을 위한 축제 같았다. 테라랩의 박사과정 4명이 대상 격인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회에서도 테라랩 출신 1명이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는데, 올해는 전체 대상 수상자 8명 중 절반을 차지한 것이다.

1일 테라랩을 이끄는 김정호 교수(62)를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예측해 연구 방향을 정하고, 미국 빅테크 등에 35명을 취업시킨 비결도 궁금했다.

김 교수는 고성능 반도체 설계 전문가이자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시간대에서 전자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디자인콘 최우수상을 휩쓴 비결은….

“디자인콘은 반도체 및 패키지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학회다. 인텔, 마이크론, 램버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AMD, 화웨이, IBM, 앤시스(ANSYS) 등 글로벌 빅테크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이 대거 도전한다. 우리가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는 산업연계형 연구 덕분인 것 같다. 이번 수상작 중 두 편은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클러스터 연구과제로 채택됐다.”

―삼성전자 경력이 산업연계형 연구에 도움이 되는가.

“1994년 삼성전자 D램 설계팀에서 수석연구원으로 반도체 설계 연구를 하다 1996년 KAIST로 이직했다. 그 후 줄곧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등과 협력 연구를 해왔다.”

―주력 연구 분야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차세대 AI 반도체 연구다. HBM 설계와 패키지(칩의 보호) 분야에서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테라랩이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데…. “반도체 설계 자동화 기술인 ‘5I 융합 솔루션’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원천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5I는 신호선 설계(SI), 전력선 설계(PI), 기계·열 설계(TI), 전자파 설계(EMI), 구조 설계(AI)를 말한다. 이런 여러 핵심 기술을 융합해 최적의 반도체 설계를 해낸다.”

―테라랩의 최고의 목표는 뭔가.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반도체를 100% 자동으로 설계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거다. 대량의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게 하는 설계 자동화야말로 반도체 주도권을 좌우하는 초격차 설계 기술력이다.”

―연구진과 연구비 규모에서 테라랩이 국내 톱 클래스인가.

“KAIST 랩 가운데에서 일단 가장 연구자가 많고 가장 많은 연구비를 수주하는 걸로 안다. 석사과정 10명, 박사과정 13명 등 모두 23명의 연구진이 공동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각기 학위 논문을 준비한다.”

―테라랩 출신 35%가 구글 등 빅테크에서 근무한다.

“지금까지 100명의 제자를 배출했는데 그 가운데 35명이 구글, MS, 애플, 테슬라, 램버스, 퀄컴, NVIDIA, 마이크론 등 글로벌 빅테크에 취업해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로 일한다. 제자 40명가량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기계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ADD), KAIST 등에서 일한다. 국내외에서 테라랩의 탁월성과 독창성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기쁘다.”

―테라랩에 6가지 모토가 있다는데….

“‘신나게 일한다’ ‘창의적으로 일한다’ ‘미리 앞을 내다보자’ ‘융합기술을 하자’ ‘산학협력이 중요하다’ ‘국제 리딩그룹이 되자’ 등이다. 학생들은 경쟁하기보다 더 관심 있고 뛰어난 분야가 있으면 서로 가르쳐 주면서 상생한다.”

―‘미리 앞을 내다보자’가 모토의 하나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과학기술과 산업 분야에서 국제 리딩그룹이 될 수 있다. 고성능 반도체 구현을 위해 SI와 PI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10년 전부터 SK하이닉스와 공동으로 HBM 설계 기술을 개발한 것 등이 사례다.”

―미래 예측의 노하우를 소개해 줄 수 있나.

“5년 이상 지난 주제를 다루는 논문보다는 기업과 협력 연구를 하면서 산업계의 동향에 주목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줄기 기술, 대세 기술을 예측하고 연구 방향을 설계하고 기업에도 자문한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김정호#디자인콘 최우수상#테라랩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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