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라’의 프레이저-필모 정점 블란쳇, 아찔한 두 명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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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후보 두 영화, 한주 간격 개봉
‘더 웨일’서 딸과 생의 마지막 보내는 폭식증 환자 연기한 프레이저
“감독, 방황하던 나 발견해 줘”… ‘타르’서 오케스트라 성추문 휩싸여
몰락하는 천재 지휘자 연기 블란쳇, 완벽 위한 집념-과민증 섬세히 표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다음 달 12일(현지 시간)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여우주연상 후보에 각각 오른 영화 두 편이 잇달아 국내 개봉한다. ‘미이라’ 시리즈로 잘 알려진 배우 브렌던 프레이저가 시한부 폭식증 환자로 열연한 ‘더 웨일’과 영화 ‘블루 재스민’(2013년), ‘캐롤’(2015년) 등에서 탄탄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 분한 ‘타르’다. 두 배우 모두 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 눈감기 전 딸에게 사랑 전하는 ‘더 웨일’
남우주연상 후보작 ‘더 웨일’ 영화 ‘더 웨일’에서 폭식증으로 272kg의 거구가 된 찰리(브렌던 프레이저)가 홀로 소파에 앉아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스튜디오 디에치이엘 제공
남우주연상 후보작 ‘더 웨일’ 영화 ‘더 웨일’에서 폭식증으로 272kg의 거구가 된 찰리(브렌던 프레이저)가 홀로 소파에 앉아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스튜디오 디에치이엘 제공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영화 ‘더 웨일’에서 주인공 찰리(브렌던 프레이저)는 동성 연인을 잃은 슬픔과 분노로 폭식증에 걸린 환자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그는 연인의 죽음 이후 음식을 입에 구겨 넣으며 자기 자신을 파괴한다. 바다 밑에 가라앉은 거대한 고래처럼 그는 집 안에 스스로를 가둔다.

그렇게 찰리는 체중이 272kg까지 불어나 심장이 망가지고, 건강은 점점 악화돼 살날이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그는 8년 동안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딸 엘리(세이디 싱크)를 집으로 초대하지만 엘리는 그에게 “역겹다”고 쏘아붙인다. 10대 소녀인 엘리는 엄마와 자신을 버린 아빠에 대한 분노로 세상 모든 것을 혐오한다.

찰리는 죽기 전, 엘리에게 사랑받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 한다. 그는 딸에게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하고 엘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 존재인지 알려주기 위한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다.

프레이저는 거동이 불편한 거구의 비만 환자로서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잃고 무너져 내린 찰리의 내면을 훌륭하게 표현해낸다. 촬영 때마다 약 45kg의 보철 모형을 입었고, 분장에만 4시간이 걸렸다. 비만 분장이 얼굴과 눈의 움직임을 해치지 않도록 특수 기법을 활용해 모공 크기와 주름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프레이저의 굴곡 많은 개인사도 영화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그는 영화 ‘미이라’ 시리즈를 촬영하며 반복되는 수술과 재활로 몸이 안 좋아졌고, 2018년에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장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밝혔다가 할리우드 밖으로 밀려나며 잊혀지고 있었다. 이번 작품의 감독인 ‘블랙 스완’(2011년)의 대런 애러노프스키가 그를 캐스팅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그는 지난달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애러노프스키 감독에게 “내가 방황할 때 나를 발견해줬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 몰락하는 천재 지휘자 ‘타르’
여우주연상 후보작 ‘타르’ 영화 ‘타르’에서 베를린필하모닉 수석지휘자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가 열정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여우주연상 후보작 ‘타르’ 영화 ‘타르’에서 베를린필하모닉 수석지휘자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가 열정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22일 개봉한 영화 ‘타르’는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최초 여성 수석지휘자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가 성추문에 휩싸이며 몰락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타르는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을 모두 탄 천재적인 음악가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로, 파트너와 함께 난민 고아를 입양해 키우며 사회적 존경까지 받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다. 그녀의 완벽한 삶은 오케스트라 단원과 은밀한 관계를 맺었다가 권력을 이용해 해당 단원을 무자비하게 밟아버리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타르의 방해로 어떤 오케스트라에서도 일할 수 없게 된 단원이 자살하면서 그녀의 추악한 행실이 드러난다. 이로 인해 타르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지휘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타르의 몰락을 보여주며 예술과 예술가의 삶이 분리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블란쳇은 완벽을 향한 집착과 집념, 그 대가로 얻은 병적인 청각 과민증을 갖고 있는 타르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지휘대를 잃는 장면은 그의 필모그래피에 길이 남을 만한 명연기로 꼽힐 것 같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더 웨일#타르#오스카 후보#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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