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뿌리에서 나와…4색의 꽃을 피운 한국의 조각가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3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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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미술관 기획전

‘Record: 김종영미술관 20년의 기록’ 전시 전경. 김종영미술관 사진 제공.
‘Record: 김종영미술관 20년의 기록’ 전시 전경. 김종영미술관 사진 제공.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처음으로 대학에서 조각 교육을 받은 작가들은 어떤 작품을 했을까?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은 1950~54년 서울대 조소과에 입학해 우성 김종영(1915~1982)의 교육을 받은 작가 4명의 작품을 모은 ‘분화(分化)’전을 개최한다. 김종영은 1948년 서울대 미대가 창설될 때부터 1980년까지 서울대 조소과 교수를 지낸 1세대 교수다. 1953년 영국에서 열린 ‘무명 정치수를 위한 모뉴멘트’ 국제조작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선해 주목을 받았다. 전시장에서는 그의 제자 송영수(1930~1970), 최만린(1935~2020), 최종태(91), 최의순(89)의 조각 19점, 드로잉 38점이 전시됐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김종영은 유고집에서 예술 교육이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승이 말없이 본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작품으로 먼저 보여주고 제자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고 느껴질 때 잠깐 이끌어주는 정도로만 해야지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시장 속 작가들이 학교를 다닐 무렵은 6·25 전쟁이 일어났던 시기다. 교사와 직원들도 피난을 가 부산에서 임시 교사를 만들었다가, 1953년 9월 다시 서울로 왔다. 김종영은 학교 관사에서 생활하며 실기실에서 제자들과 함께 작품을 했다. 당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거의 없었기에 1:1 교육을 받는 수준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조각가 송영수의 작품이 전시된 김종영미술관 ‘분화’ 전 전시전경. 김종영미술관 제공
조각가 송영수의 작품이 전시된 김종영미술관 ‘분화’ 전 전시전경. 김종영미술관 제공
송영수, 무제, 38.5x26.5cm, 종이에 수채, 잉크, 펜, 1950년대 (사진제공_포항시립미술관)
송영수, 무제, 38.5x26.5cm, 종이에 수채, 잉크, 펜, 1950년대 (사진제공_포항시립미술관)
‘분화’전이 열리는 미술관 신관 3층에서 볼 수 있는 송영수의 작품은 철을 재료로 해 선적인 요소와 공간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두 인물이 손과 발을 맞잡고 묘기를 선보이는 듯한 ‘곡예’(1966)와 스테인리스스틸 조각 ‘토템’(1970)등이 전시됐다.

최만린, 0 93-2, 1993, 브론즈, 30x30x60cm, 성북구립미술관 소장
최만린, 0 93-2, 1993, 브론즈, 30x30x60cm, 성북구립미술관 소장
지하 1층 전시장에는 최만린, 최종태, 최의순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대학 입학 전에도 박승구(1919~1995)에게 조각을 배운 최만린은 서예의 필치에서 영감을 얻은 후기 작품들이 출품됐다. 문학도를 꿈꾸었던 최종태는 서사가 있는 회화와 여인상 작품이 주를 이룬다. 최의순은 건조 시간이 짧아 빠르게 작업을 완성해야 하는 석고를 재료로 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박춘호 학예실장은 “최종태와 최의순 작가는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의순, 020-4, 71x26x76cm, 석고, 2020. 김종영미술관 사진제공
최의순, 020-4, 71x26x76cm, 석고, 2020. 김종영미술관 사진제공
최종태, 서있는 사람, 16x22x82cm, 나무, 2016. 김종영미술관 사진제공
최종태, 서있는 사람, 16x22x82cm, 나무, 2016. 김종영미술관 사진제공

김종영미술관 본관에서는 개관 20주년을 맞아 미술관의 역사를 돌아보는 ‘Record: 김종영미술관 20년의 기록’전이 열리고 있다. 김종영미술관은 김종영 작고 20주기인 2002년 12월 15일 개관했다. 이 때 만들어진 본관 ‘불각재’는 생전 김종영이 작업실에 붙였던 이름을 그대로 땄다. 김종영이 강조했던 ‘깎지 않고(不刻) 최소한의 가공을 통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신관 사미루(四美樓)는 ‘좋은 날, 아름다운 경치, 기쁜 마음, 즐거운 일’ 등 네 가지 아름다움을 담은 집이라는 의미로 김종영의 경남 창원 생가 사랑채 건물에 걸려있던 현판의 내용이다. 이처럼 공간에 담겨진 뜻과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김종영의 작품, 그리고 과거 전시 사진을 볼 수 있다. 두 전시는 3월 26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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