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타운 인기… 비결은 진취적 문화와 공동체 의식[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김봉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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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잡지 ‘머니’가 지난해 뽑은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오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구글 기술 본사. 애틀랜타는 
금융,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글로벌 회사가 대거 들어서면서 광역 도시권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왼쪽 사진).
 ‘동부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4위)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 전경. 산학협력 클러스터의 모범 
사례로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다. 사진 출처 Urbanize Atlanta 홈페이지·RTP 홈페이지
미국 잡지 ‘머니’가 지난해 뽑은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오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구글 기술 본사. 애틀랜타는 금융,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글로벌 회사가 대거 들어서면서 광역 도시권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왼쪽 사진). ‘동부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4위)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 전경. 산학협력 클러스터의 모범 사례로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다. 사진 출처 Urbanize Atlanta 홈페이지·RTP 홈페이지
김봉중 전남대 사학과 교수
김봉중 전남대 사학과 교수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는 어디일까? 미 잡지 ‘머니’는 매년 50개 도시를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애틀랜타, 템피, 커클랜드, 롤리, 로저스파크가 차례로 1∼5위에 올랐다. 생활비, 경제적 기회, 다양성, 교육, 건강, 치안, 오락, 유흥, 부동산 시장 등 9개 지표를 기준으로 선정했다. 뉴욕, 워싱턴 같은 대도시는 높은 주거비와 범죄율, 낮은 공공교육의 질 등의 이유로 순위에 들기 힘들다. 경제적 기회, 다양성 교육 등에서 경쟁력이 낮은 인구 2만5000명 이하 소도시들도 순위에 오르는 일이 드물다.

2위에 오른 애리조나주 템피는 애리조나주립대가 2000년대 초 기업 및 지역사회와 연계해 혁신 운동을 전개한 이후 살기 좋은 도시로 급부상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2위에 오른 애리조나주 템피는 애리조나주립대가 2000년대 초 기업 및 지역사회와 연계해 혁신 운동을 전개한 이후 살기 좋은 도시로 급부상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지난해 선정된 도시 중 애틀랜타를 제외하곤 우리에게 모두 생소하다. 템피는 애리조나주의 가장 큰 도시인 피닉스의 근교 도시이며 커클랜드는 워싱턴주의 가장 큰 도시인 시애틀의 근교 도시이다. 롤리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듀크대-노스캐롤라이나대-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를 잇는 삼각 연구도시의 일부이며, 로저스파크는 시카고 근교에 위치한 도시이다.

5개 도시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탁월한 교통망이다.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는 애틀랜타의 벨트라인, 로저스파크의 메트라 전철과 루프(순환) 도로망, 템피의 벨리 메트로 라이트 전철과 도로망은 인근 대도시와 주변 위성도시들의 실질적인 거리감을 없애준다.

교통망의 발전은 그 지역의 경제와 선순환을 이룬다. 애틀랜타는 현재 미국의 광역 도시권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실업률은 가장 낮다. 금융,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기업이 들어서면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가 됐다. 커클랜드 역시 경제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회사인 코스트코가 시작된 곳으로, 지금은 기술집약적 글로벌 회사와 건강의료 시설이 대거 들어섰다.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미국 내에서 가장 큰 구글의 기술 본사(직원 7000여 명)도 이곳에 있다. 400여 개 스타트업도 도시 경제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도시 내 대학들의 역할도 크다. 롤리가 대표적이다. 듀크대-노스캐롤라이나대-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로 이어지는 삼각 연구센터에 위치한 롤리는 IBM, SAS인스티튜트 등 글로벌 회사와 수많은 스타트업을 유치하며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다. 대학과 기업이 유기적으로 윈윈 하는 글로벌 혁신센터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템피도 눈여겨봐야 한다. 애리조나주립대가 있는 템피는 살기 좋은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엔 대학이 큰 역할을 했다. 2000년도 초반부터 애리조나주립대는 총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간 기업 및 지역사회와 연계한 효율적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자는 ‘혁신’ 운동을 전개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애리조나주립대는 지난 5년간 미 시사주간지 US 뉴스앤드월드리포트 선정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에 오르며 세계에서 그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다섯 개 도시 중 남부 도시가 세 곳이라는 사실도 특징적이다.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로 악명 높은 남부 지역은 글로벌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그 이미지부터 벗을 필요가 있다. 남부에 위치한 롤리는 유명 대학들을 중심으로 삼각 연구센터를 조성해 이러한 과제를 풀어가는 선구자적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남북전쟁의 패배로 폐허가 된 남부의 상징에서 글로벌 도시로 거듭난 애틀랜타의 성장도 놀랍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에머리대, 조지아공대, 조지아주립대, 클라크애틀랜타대 등이 진취적인 도시의 성격을 빚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템피도 마찬가지다. 애리조나의 매리코파 카운티는 한때 가장 많은 백인우월주의단체 ‘KKK’ 멤버가 소유한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성역이었다. 그렇지만 애리조나주립대가 그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하며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도시로 거듭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왜 대학 타운을 선호할까?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 이에 대한 설문조사 통계를 찾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해당되는 도시마다 차이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의 체험과 기억을 소환해 보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대체로 대학 타운 주변은 치안에 큰 문제가 없다. 또 위에서 얘기했듯이 다양한 인종과 그에 따른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문화의 모자이크가 특징이다. 그중에서 필자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거주민들이 갖는 도시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다. 주말에 열리는 운동 경기는 대학과 도시의 중요한 이벤트이다. 다른 지역에 소재한 경쟁 대학과의 미식축구나 농구 등의 경기는 학생과 동문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최대 관심사이다. 이런 행사들이 반복되면서 지역민들의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커져가는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두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다르고, 무엇보다 인종과 지역의 다양성 부분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갖는 공감대는 미국과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살기 좋은 곳에 거주하기를 원하는 마음은 인간의 공통적인 욕망이다. 글로벌 시대에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우리에게 이번에 선정된 도시들의 특징은 생각해볼 만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유에서 더 나은 유를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 기존의 대학과 산학연,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봉중 전남대 사학과 교수
#미국 대학타운#진취적 문화#공동체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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