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책임회피-野 무리수가 부른 초유의 장관 탄핵안 가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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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이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이 어제 가결됐다. 총 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였다. 탄핵 사유는 재난 안전 주무 장관으로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무위원인 장관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75년 헌정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탄핵안 가결 즉시 이 장관 직무는 정지됐다. 행안부는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관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갔다.

초유의 장관 탄핵 사태 자체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야는 그동안 참사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정조사까지 실시했지만 지루한 정치적 공방만 벌였다. 수습 방향을 놓고 여야는 시종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이 장관 거취를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장관 탄핵이라는 헌정사의 오점을 남긴 것이다.

행안부 장관은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떠나 민심 수습 차원에서 정무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이 장관은 “경찰과 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원인인지 의문” “폼 나게 사표”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이 장관 해임 건의를 일축했다. 여권의 강공 드라이브에 야3당이 이 장관 탄핵으로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그러나 국무위원 탄핵은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법률적 책임을 묻고 따지는 절차다. 장관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행위가 중대한 경우에만 탄핵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야3당은 탄핵소추안에 헌법 34조 6항(국가의 재해 예방 의무) 위반 등을 적시했지만 헌법이나 법률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장관의 언행이 부적절했다고 해서 탄핵 절차를 밟을 정도의 중대한 위법 행위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장관의 위헌·위법 사실을 입증하는 검사 역할의 소추위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아야 하는데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탄핵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 소속이다. 김 위원장이 야3당이 요구하는 소추위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참사의 여진(餘震)은 계속되고 있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 장소를 놓고 유가족들과 서울시는 강경 대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이 장관 탄핵으로 충돌하는 것 자체가 답답한 노릇이다. 헌재는 장관 부재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탄핵심판 결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야3당#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탄핵안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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